그럼에도 그 사람은 지금 잘 살고 있다 (1)

개인적 사유와 공존의 이유

by 질그릇

"Are you holding a grudge? About?" - Q&A a day by Potter Style.




10년 넘게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 잊고 살다가 문득 떠오를 때마다 치떨리는 그런 사람이 있다. 마음을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린다. 진정하려 해도 잘 안 된다. 그 사람은 나를 잊고 살겠지. 그냥 지나가는 한 사람, 한 명의 부하직원으로 치부하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겠지. 아마도 그럴거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지금 잘 살고 있다]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자도, 때린 놈은 그러지 못한다."

이 말은 헛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말이다.


나는 13년 째 다리를 뻗지 못하고 있다. 그 사람 생각이 나면 자다가도 가슴이 아프고 마구 뛴다. 숨이 막혀서 일어난 적도 많다. 그렇게 일어난 날은 책상에 앉아 분노에 떨며 책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보다가 새벽을 본다.


IMF 라는 국가위기 사태를 뚫고 들어간 회사다. 11년을 다녔다. 회사의 가치와 직원들이 너무 좋았다. 나름 인정받으면서 지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만난 후, 나는 볼품없는 사람이 됐다. 성과와 성장, 성숙의 모든 측면에서 공격받고, 상처받았다. 성과는 떨어지고 성장은 멈추고, 인격은 너덜너덜해 졌다. 정말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는 3년 뒤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지금 잘 살고 있다]


나를 항상 불신했고, 일방적이었으며, 강압적이었고, 직원들을 그저 사람이 아닌 자원으로 대하면서 그것이 당연한 듯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는 그를 인정했고, 나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 사람은 유능했고, 나는 무능했다. 언제부터 내가 무능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가?' 그 때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지금 잘 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나의 상사다.




이제는 이 과거와 그 사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 글이 그 시작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내 마음에도 상처가 생긴다. 내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해야만 한다. 미움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겠지. 하지만 이 오래된 미움과 그로 인한 상처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지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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