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습관으로 들이고 있는 것이 등산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산행[집 뒤에 있는 낮은 산 길 걷기]이다. 집에서 출발하여 돌아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니까 무리가 되지 않고 딱 좋다. 그동안 육체적 활동에 너무나 게을렀던 나의 습관들이기 도전은 진행중이다. 이제 걷기 시작한지 보름이 지났다.
그저께 아침의 일이다. 좀 더 빨리 걷고 싶은 마음에 앞을 덜 살폈다. 그러다가 길에 살짝 나와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발이 걸렸다.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살짝 놀란 마음에 나무 그루터기를 흘겨 봤다. 다시 걷기 위해 앞 길을 보고 주변을 돌아본 그 순간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다.
"아..."
신음에 가까운 탄식이 나왔다. 여기는 산이구나. 나무들과 풀들과 산새들, 내 눈에는 잘 안 보이는 산짐승들이 터를 잡고 깃들어 살고 있는 산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객이다. 해가 되면 해가 됐지 뭐하나 좋은 것을 보태지 않는 '지나가는 사람 10002번' 이다. 나는 그 산 중에 외로 난 좁은 길에 서 있다.
사람의 길이 아니었다면 밑동만 남은 이 나무도 분명히 크게 자라났을 것이다. 웅장하게 성장했을 그 나무가 지금은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그 나무 밑동과 내 관계의 본질은 주인을 해친 객과 오히려 방망이를 든 객일 것이다. 객에게 자리를 내어준 나무가 속좁은 나를 한심하게 쳐다 본다. '나는 온 몸을 잘라 너에게 자리를 내어 줬다' 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용서할테니 그냥 가라' 고 한다. 또 그렇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