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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그릇 Jan 31. 2021

고독과 침묵의 열매

사랑과 말씀에 매이다

바쁘고, 떠들고,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고 이루고 파괴하는 것은 인간사의 기본이다. 그 기본틀 안에서 인간은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역사라는 것도 이런 인간들이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온갖 대중매체를 통해 토론, 오락, 정보들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 교인들은 순간 너무나도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정확하게 말하면, 못견디는 것이다. 주일이라도 교회에 묶어 놓으려면 뭔가 인간적인 요소를 제공함으로써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오락적인 요소로 재미도 더해야 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멘트와 동영상으로 의미도 더해야 한다. 종종 외부 강사도 초빙해야 하고, 마치 기업이 하는 것처럼 뭔가를 계속 제공해 줘야 한다. 주말 예배를 준비하는 것은 마치 공연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각종 이벤트를 하고, 세상적인 유의미한 요소(교육관, 상담실 등)를 품어 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인다.


기업들이 인재들을 잡아 놓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교인들을 유입하고, 잡아 놓으려고 애써야 한다. 물론 세상과 싸워서 교회에 사람들을 불러 들이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교회에 불러 모아 붙잡아 놓은 그 다음이 문제다.   




"나는 좋은 언니가 되려고 전도하는 것은 아니예요." 


누군가 아직도 무신론자인 나의 아내에게 15년 전에 한 말이다. 아내는 좋은 언니를 원했고, 그분의 예수님의 제자를 원했다. 아직도 그 명확하고 단호한 음성을 기억한다.  




맞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교회에 가는 것이 아니다. 이벤트에 환호하기 위함도 아니다. 끼리끼리 모여 정보를 교환하면서 세속적인 얘기를 낄낄 대면서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적인 것을 교회 안으로 그대로 끌어와서 장소만 달리하는 것이라면 교회는 그저 세상 일을 위한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쁘고, 떠들고, 뭔가를 계속 해야만 하는 세상 속에서 벗어나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뵙기 위해 그 분 앞에 나아간다. 그것이 꼭 물리적인 교회 건물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본 많은 교회들의 입장은 말씀 전달보다는 '모이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최고의 지식은 '하나님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 건물 안에서 특정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목사님의 메시지가 진정으로 하나님에 대한 것이라면 비대면 예배를 통해서도 당연히 전해지고, 위엄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걷어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벗어 던지고 내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열매[위안, 위로, 계시, 인도, 꾸중]를 맛보아야 한다.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조건을 건다면, 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과 은혜가 있는 것이다. 




그 지극한 은혜 안에서 입을 다물고 하나님 앞에 잠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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