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

개인적 사유와 공존의 이유

by 질그릇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됐네요. 저는 프리랜서라서 직장인보다는 연휴의 느낌이 덜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코로나로 하는 역할이 많이 줄어서 조금은 게을러지나 스스로 걱정하던 차에 정말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지난 2주간 코치가 되기 위한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콘텐츠 설계에 대한 설명, 이에 대한 질문과 대답, 참가자간 토론, 그리고 Role playing, 사전사후 과제들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어제 참가자 모두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알게 되고, 서로 같은 관심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서 코칭교육 과정을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이번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진행한 분에게서 아래와 같이 문자를 받았습니다. (개인보호를 위해 저를 제외한 실명은 지우겠습니다)


"방금 ㅇㅇㅇ 박사님 전화 오셨고, 저(워크샵진행자)한테 소곤소곤 말씀 하시는데, 이번 세션에서 가장 좋았고, 본인을 성장시켰던 것은 바로 김완종 코치님을 뵌 것이라고 말씀하시네요. 그렇게 서로 만나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우린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매 새로운 순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나, 내가 쓰임받을 수 있었나, 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게는 피터샘이 그렇고요. ㅇㅇㅇ 박사님도 피터샘이 인생 코치 라고 말씀 하셨어요. 못난 부분이 있어도 항상 감싸 주시고, encourage 해 주시고, 솔직하시고, 꼼꼼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코치님 !"




위 박사님이라는 분은 저의 role playing 파트너였습니다. 저의 코치 역할을 해 주셨지요. 저는 2년 전 회사에 재직할 때를 떠올리면서 코칭을 받았습니다. 저는 피코치자로서 당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몰입이 되어서 정말 코칭을 받는 상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도움을 그 때 받았으면 정말 좋았겠다.'


내가 조금은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진솔한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 본 적 없는 얘기도 - 물론 지난 일이지만 - 남에게 처음으로 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상호 피드백을 하는 자리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드렸고, 저의 진심이 코치 역할을 하신 박사님께 마음으로 전달되었던 겁니다. 조금 뒤에 박사님 본인에게서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코칭하는 것이 어려우셨다고 합니다. 과거에 몇 번 하기도 했었는데, 어렵고 잘 안 되어서 그 후에는 코칭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셨다고 해요. 그것이 그분의 '마음의 짐'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코치 역할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셨다고, 피코치 역할을 잘 해주고, 인정해 줘서 고맙다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피코치자로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고, 정말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드린 것인데, 그것이 코치 역할을 하신 분께는 그동안 자신없었던 영역에 대한 인정이 되고, 자신감 회복의 기회가 되었던 겁니다. 이렇게 우리 둘은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쓰임 받았던 겁니다. 서로에게 그렇게 '의미'가 있었던 거죠.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하나의 작은 점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선이 되어서 길어지면 다른 선과 만나게 됩니다. 영원한 평행선은 없지요. 그런 것은 수학에서나 존재할 겁니다. 우리네 인간살이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물론 선이라면 그렇습니다. 다른 선과 맞닿을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점이기를 고집한다면, 다른 점이나 선과 만날 기회는 줄어들 겁니다. 마음을 닫고 산다는 것이 그런 거겠지요. 고립감, 외로움. 이번 코칭교육에서 리더가 빠질 수 있는 함정[어려움]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어찌 이것이 조직의 리더에게만 해당되겠습니까?


우리는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한 생명의 외로움은 적나라하고, 처절한 겁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혼자 끌어 앉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 듯합니다. 실은 저도 그런 시절을 수차례 겪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연결된 존재입니다. 다른 생명과 교감하면서 힘을 얻고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우리는 누구에겐가 '의미'가 됩니다.


이번에는 그 연결의 '의미'가 서로의 '마음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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