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떤 인물을 위대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의 계보 상에 있는 조상들까지 꾸며내야 한다. 과거에 했던 모든 일도 역사와 사건을 기록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춰서 위조되고, 특정 목적을 위해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그래야 정당성이 확보된다. 지금이나 과거나 인간지사 마찬가지다. 조선 초 용비어천가 같은 것이 그 때만 있었겠는가? 이렇게 인간의 기록은 이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 한편으로 치우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신약성경은 마태복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태복음은 첫 장에 예수님의 계보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주로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고' 이런 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다윗 왕과 솔로몬을 기록하는 1장 6절에는 다른 이와는 다르게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마 1장 6절 : 이새는 다윗 왕을 낳으니라.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참고. 구약성경에는 위대한 왕 다윗의 비열하고 더러운 죄가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부하 우리야를 죽게 하고, 그의 아내를 빼앗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솔로몬 왕이다>
다윗을 유일하게 '왕'으로 호칭함과 동시에 다윗의 '죄'도 그대로 드러낸다. 구약성경에 적혀 있는 내용을 신약에 까지 그것도 굳이 예수님의 계보에 '우리야의 아내' 라고 적음으로써 죄를 기억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은 것이다.
1) 다윗은 밧세바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 밧세바는 다윗이 더러운 짓을 해서 빼앗은 우리야의 아내이자 솔로몬의 어머니다.
2) 다윗은 솔로몬을 낳고 -- 다른 계보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굳이 예수님의 계보를 얘기하면서 '위대한' 왕의 '죄'를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다른 역사서와는 완전히 다른 하나님의 기록이다. 죄를 지우지 않고 기록하고 기억하게 한다. 다윗뿐이겠는가? 모든 인간은 죄를 짓는다. 아무리 깨끗한 척해도 죄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죄는 남는다. 위대한 인물이라 해도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코 모순이 아니다. 이것이 인간이고, 인간의 죄는 거의 영속한다. 이 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죄사함을 받는 그 순간까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