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지만, 그렇지 않기를..
아빠가 아들에게
첫 번째 서신.
이제 18일이 남았네. 아빠는 93년도에 군대갈 때, 실은 별 생각 없었던 거 같은데,, 물론 이제는 30년 전이라서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지. 아들이 군대 간다고 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걱정이 많네. 네 엄마는 당신이 대신 군대 가라고 눈을 흘기면서 얘기하는데, 그 마음이 이해 되기도 한다. ㅎㅎ
아들의 어린 시절에 함께 한 기억이 전혀 없는 나는 참 지지리도 모자란 아빠다. 약한 체력에 일중독이었으니, 12시간 이상 일하고 돌아오면, 집에서는 신경질적인 시체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시간이 쌓여 20년이 지났으니, 지금 너와 나의 거리는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긴 너와 나 사이의 어색함과 생소함, 그리고 거리감에서 아빠는 지난 세월 네 옆에 내가 없었던 시간의 크기를 본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 없다. 노란색 이소룡 운동복을 입은 3살짜리 아들은 이제 나보다 훨씬 키 큰 어른이 되었다. 언젠가 토요일 출근하면서 멀리 바라본 너의 모습, 할머니 손을 잡고 경로당으로 들어가던 그 어린아이의 노란색 뒷모습을 나는 잊지 못한다. 아무리 미안하다고 마음속으로 외쳐도 색바랜 기억속의 그날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아빠는 아들과 더욱 멀어질 시간을 앞두고 있다. 군대도 군대지만, 아빠가 그랬듯이 군대 갔다오면, 너도 먹고 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 가야 할 테니까.. 그렇게 멀어지는 거다. 그게 아빠와 아들의 인생의 굴레다. 세대를 반복하는..
아들!
그럼에도 너의 마음 속의 빈 곳, 아빠가 채워주지 못했던 그 공간을 아빠는 어떻게든 채워주고 싶다. 그것이 앞날을 살아가는데 아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많이 늦었지만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하면서 그 공간을 채워가고 싶다. 이렇게 내 민 손이 너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물론, 한 번의 몸짓과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세월의 무게가 있다.
그래도 아빠는 더욱 노력해 갈 거다. 미안함을 감사함으로 바꾸고, 죄책감을 간절함으로 바꿔서 더욱 다가갈 거다. 이렇게 첫 번째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너의 영육이 더욱 강건하기를 기원한다.
잘 커줘서 고맙다.
2022. 02. 26.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