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만난 의성
LIC, 이곳에선 일주일에 한 번은 울었다. 4일이 되던 밤, 의성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많은 업무량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내가 맡은 일은 스스로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팀원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기가 미안했다. 더욱이, 눈물을 보이는 건 치부를 드러내는 것같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2주차 회고 도중 그 치부를 드러냈다. 수렴과 발산(그 당시 발산)이 오늘 했던 인터뷰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깜짝 놀란 닿이 품 안에 안아줬고, 닿 옷에 눈물, 콧물을 다 묻혀가며 스스로도 영문 모를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밤, 수렴과 발산은 동그랗게 앉아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수렴과 발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서없이 이야기했다. 그제야 자각했다. 팀 내에서 분명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매일 밤 고민했던 것이 나 자신에게 압박감을 주었고, 처음으로 인터뷰가 실패했던 그 날 미안함에 눈물이 터졌었다는 걸. 지금 와서 팀원들에게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니, 스스로가 더 열심히 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이야기했다. 서로를 좋아하고 프로젝트를 생각했던 마음이 모여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문제정의로 바쁘던 와중에, 대표님의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은 딴짓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문제정의로도 벅찼고, 즐겁게 시작했던 딴짓까지 무겁게 다가오니 부담감이 커졌다. 같이 전화를 받은 탐과 난 지쳤고, 울고 싶단 마음이 컸다. 그러곤 한 명만 소리 내 울면 민망하니 둘 다 울자고 말하고 한참을 울었다. 이유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위안이 됐다. 진정이 될 때쯤 코를 풀곤 딴짓을 하는 목적부터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딴짓은 가볍게 우리끼리 즐기는 놀이였고, 다른 팀원은 제대로 된 기획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어떤 걸 기획할지에 대한 의논은 미뤄두고, 왜 이 딴짓을 하고 싶은지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제각각의 이유가 있었지만,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누군가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누가 대상이 될지 고민을 해봤지만, 그 답을 찾기란 어려웠다. 기획을 하는 과정에 있어 그 목적을 논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누가 왔으면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문제정의 정의 중간중간에도 토의를 하며 우리의 기획안을 수정했다. 눈물을 보이는 게 부끄러웠던 내가 함께 소리 내어 울고, 그 시간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때를 돌아보면 눈물의 순간들이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열정이 많았던 만큼 지쳤었고, 사소한 자극에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가장 숨기고 싶었던 것이면서도, 나 자신을 남들에게 드러낼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다. 누군가가 날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걱정되어 눈물을 부끄럽게 여겼던 내가, LIC와 함께 울고 웃으며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가족 이외에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앞머리를 까는 것부터 눈썹을 안 그리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앞에서 소리 내어 우는 것도, 가치관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LIC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 주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우리는 서로가 너무나도 소중해졌다. ‘이 사람들이기에 가능했지’, ‘함께해서 할 수 있었어.’ 이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LIC였기에 새벽 4-5시까지 이어지는 회의를 버틸 수 있었고,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날에도 아침에 나가 인터뷰를 하고 해 질 녘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당시 눈물은 내 열정의 증거이자 뜨거웠던 여름날이다. LIC 티가 흠뻑 젖을 정도로 돌아다녔고, 눈동자가 마를 날이 없이 울었다. 그 뜨거운 열정이 찬란했던, 여름의 LIC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