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C 1기] 의성에 가면, 안계도 있고

뚜이가 만난 의성

KakaoTalk_20210815_225626308_02.jpg


정확히 무얼 하는지도 모르고 가기로 결심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당신, 로컬에서의 삶에 관심이 있는 당신, 오래 함께할 동료를 원하는 당신을 찾는다는 공고 그리고 친구의 권유에 이끌려서. 어떤 사람들이 모인지도, 의성이라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출발해, 한 달 반을 그곳에서 서로 부대끼며 지냈다. 그때를 돌아보는 지금 나의 스물하나는, 어쩌면 나의 대학 생활은 로컬 임팩트 캠퍼스 전과 후로 나뉠 듯하다.


결과보다 중요했던 문제정의 과정


문제정의 프로젝트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초반에는 막막했다. 사람들에게 무작정 찾아가 말을 거는 것도, 거절당하는 것도, 이 더위도. 하나같이 익숙지 않았다. 초반에 다양한 의성 사람들을 만났다. 조문국 박물관 해설사님, 서점 사장님, 학교 앞 선생님, 약초 사장님, 청소년문화의집 관장님, 의성의 청소년 등…. 정의하던 문제가 자꾸만 원점으로 돌아가 조급해지던 때쯤 생각해 보니 이때의 인연과 대화들이 모두 자양분이 되었었다. 의성의 역사와 현재를 듣고, 주민분들과도 친분을 쌓기 시작하니 의성이라는 지역이 곧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관찰하며, 인터뷰하며 생긴 우리 팀원 공통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빈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나니,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겪어보지 못한 삶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아야 하는 주제라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서점 사장님께 힌트를 얻어 이장님께 전화를 드렸고 마을회관으로 와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르신들이 둥그렇게 모인 곳에서, 천천히 또박또박 우리의 것을 설명하려니 왠지 이상하고 어색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게이트볼 이야기를 꺼내며 스몰토크도 시도했다.


그렇게 주변 마을부터 시작해 의성의 마을을 열네 곳이나 방문했다. 사람이 보이면 얼른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모든 분들이 달갑게 맞아주신 것은 아니지만, 마을 하나를 방문할 때마다 양손이 무거워졌던 것은 분명하다. 박카스와 비타오백, 생수, 초코우유, 커피, 아이스크림, 복숭아, 자두…. 마스크 한 박스까지. 마을로 들어갈 땐 택시를 탔지만, 나올 때는 이장님 혹은 주민분의 차를 탈 때가 많았다. 무려 다섯 번이다. 한 번은 마침 본인의 빈집을 철거하려는 계획이셨던 이장님께서 현장에 데려가 주시고 철거업자분과 연결도 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또 길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친숙한 버스 모범 기사님을 만나 뵈었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가 받은 무형과 유형의 친절이 너무나도 감사해, 돌아오는 길에 주민분들께 메시지로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고, 따스한 친절을 잊을 수 없다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슬레이트 지붕인 빈집 주변에 사는 이웃들의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주민들이 스스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종 공유회에서 우리의 발표와 문제 정의문을 들으신 그분들의 답변이 결과였다면. 나는 과정의 가치를 이곳에서 진정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의 논리에 비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를 찾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빈집 문제에 대해, 주인이 아닌 이웃 주민의 시선에서 불편함을 느껴보고 해결하기 위해 온 맘을 다해 노력하고 나서보았다는 것, 나의 가치관과 맞게 행동했다는 것. 그것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오늘도 `안계세요`


나는 우리가 지낸 안계면이 좋았다. 낭만농부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펼쳐진 넓은 공원이 있다. 하루는 딴짓 프로젝트 회의를 피크닉하며 해보겠다고, 돗자리와 맥주를 가져가 풀밭 위에서 도란도란 의견을 나눴다. 그러다 예쁜 노을을 만나고 조금 뒤 깜깜해진 하늘에서는 쏟아질 듯한 별들을 만났다. 멍하니 돗자리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 그리고 애정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우리 숙소에서 노래방을 열어 밤까지 함께 부르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보았다. 자전거로 식재료를 사 와서 수제비도 해먹었다. 첫날 안계 오일장에서 산 반바지와 몸빼바지는 이번 내 여름을 책임져주었다.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로 `친애하는 나의 의성`, 고운사 감성 여행도 언급하고 싶다.


로임캠 식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곳과 나를 이어주는 인연은 안계면 제일 맛집인 `오늘손만두`가 아닐까. 손님으로 찾아갔다가 우연히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었다. 일요일마다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왜가리들을 지나 초록의 잔디밭이 깔린 한옥 식당으로 출근하면 `일주일이 참 길다`며 반겨주신 사장님과 어머님 아버님. 이분들의 사랑과 함께 매번 충만한 마음으로 퇴근했다. 이곳에도 작은 흔적을 쪽지로 남겨두고 왔다.


그리고 성장한 당신


흔히 농촌 생활을 생각하면 휴식과 여유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에 없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교통이나 식사 등 불편한 것들을 해결해가며 오히려 대도시에서보다 더 치열한 생활을 했다. 로임캠을 통해 내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많아졌다. 매일 있는 회고 시간과 마무리 인터뷰, 그리고 이 활동으로 추후 작성한 대학교지 글과 공모전까지 준비하며 무얼 느끼고 배웠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우리 안계세유 팀, 서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잘 해낸 우리를 칭찬하고 싶다. 나는 주로 글 또는 계획의 흐름을 잡고 구조화하며, 발표 등으로 외부에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으면 즐겁고 배울 점 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의성에서 돌아온 지 약 두 달 반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로임캠 식구들과 함께이다. 돌아오자마자 팀원들과 도전 학기 공모전에 나가 수상했으며, 강릉으로 캠핑을 가고, 또 대구·경북 콘텐츠 공모전에도 참여를 마쳤다. 하나의 경험이 여러 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이 한 달 반의 경험처럼 어려워 보여도 부딪히며 도전해 나가면, 앞으로 우리가 해내지 못 할 일이 있을까.

한 달째 되던 날의 중간 회고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프로젝트도 하고, 놀기도 열심히 놀고, 사진도 찍고, 종종 일기도 쓰고, 알바하며 경험도 쌓고, 인터뷰도 다니고, 도전 학기도 하고, 정말 조금이지만 책도 읽고. 한 달을 어느 때보다 알차게 채운 나 자신을 칭찬해. 정말 고생했어! 가끔 이게 맞나, 싶더라도 그냥 마음 끌리는 대로 하자. 정말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고 열심히 행할수록 그게 정답이라는 걸 아니까요. 무언갈 할 때 `진심`이 덜했던 나였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고 온전히 즐겼던 거 정말 잘했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행복했다가 힘들었다가…. 많은 감정 기복이 있었지만, 오늘까지 잘 버텨온 것도 잘했다. 앞으로 오래오래, 열정이 사그라들 때 혹은 쨍한 여름이 찾아올 때, 이때의 기억을 꺼내 봐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LIC 1기] 나를 '성장시킨' 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