챎이 만난 의성
의성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의성으로 떠나고 싶다고 결심했던 날이 떠오른다. 개강하고 중간고사를 열심히 준비하던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꿈도 목표도 없던 내가 단순히 좋은 학점을 위해 공부하고 있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그때는 조금 쉬고 싶어서 지원했었다. 근데 의성에 가서는 막상 쉬기보다는 팀원들과 늘 열심히 고민하고 땡볕에서 많이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 시간마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의성에서 지내면서 얻은 것은 추억, 자신감, 목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내가 처음 만난 친구들과 오랜 시간 같이 먹고 자고 즐거운 시간, 힘든 시간을 모두 보내며 추억을 만들었다. 이런 시간과 경험은 언젠가는 끝이 정해져 있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기억하려고 했다. (그래도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추억을 잘 남기는 감성적인 친구들에 비하면 먼저 카메라를 꺼내 들거나 일기를 적은 일은 없는 것 같다. 항상 친구들이 남겨준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회상할 뿐이다.) 프로젝트를 하다고 힘들면 갑자기 야식을 먹기도 하고, 그냥 나가서 공원에 앉아 몇 시간 동안이나 밤하늘 별을 보면서 아무 말 없이 앉아있기도 했다. 집에서 지내거나 서울에서 생활했다면 상상도 못 할 여유로움과 용기이다. 두 번째는 자신감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가진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의성에서 매일 현장을 경험하고 의견을 나누고 최종결과물을 준비하다 보니,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7주간 경험치가 쌓인 덕분인지 2학기 개강하고 나서 다른 사람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데 자신감(?)이 생겼고 떨리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에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나에게는 큰 발전이었다. 세 번째는 목표인데 아직 고민하는 중이고 공부하는 중이기에 어떤 목표인지는 비밀이다! (이 목표는 의성에서의 경험과 배움이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의성에서의 밥은 정말 맛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배달시켜 먹거나 유명한 동네에 가서 먹는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사람 없는 논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낭만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리틀 포레스트와 갯마을 차차차를 보는데 문득 의성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마을 사람들이 주는 따뜻한 인심이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