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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조건

부싯돌 프로젝트 1기

이전 편 <나는 왜 달리고 있지?>에서 소개했듯 멘토리는 자기 이해를 '나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내가 가진 역량을 파악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2주에 한 번 개인회고를 진행하고 있다. 2회 차 개인회고를 소개하기에 앞서 부싯돌 프로젝트의 자기 이해를 맡고 있는 나를 소개한다.


작가 소개

부싯돌 프로젝트의 운영진은 3명으로 각각 비즈니스 이해, 지역 이해, 자기 이해/공동체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 게시글은 모두 비즈니스 이해를 맡고 있는 구름이 적었고 나는 이제부터 자기 이해/공동체성 회고를 적게 될 해원이다. 부싯돌 참가자들이 부안에 머무는 5개월 동안 자기 이해에 있어 '나는 앞으로 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고 싶은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나의 목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대학교 막학기부터 나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맨 일이 많았다. 일단 나가자는 마음으로 10개 이상의 대외활동을 하기도 하고 일에서 돈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어 비영리 조직의 인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버스와 지하철에서 하루의 4시간을 쓰지 않고 일하는 방법을 떠올리다 멘토리에 오게 되었다.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같이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가자들이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과 현실적인 문제들에서 벗어나 프로젝트와 나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부안에서의 5개월.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생각하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이 있을까? 이 시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6번의 개인회고 동안 적절한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2회 차 개인회고 질문과 인사이트

질문 1)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질문 2) 주변에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나요? 없다면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 중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질문 3) 나는 어떤가요?

일에 대한 가치관을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 내가 보기에 행복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특징 > 지금의 나'의 순서로 질문을 구성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의 답변을 읽다 보니 1번 질문(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2번 질문(행복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에서 또 다른 가치가 언급된 경우가 4명 중 1명 꼴로 있었다. 이를테면 한 참가자는 행복하기 일하기 위한 가치로 '안정성'을 꼽았지만 행복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주변인들의 특징은 '성장'이었다.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 회고를 통해 발견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


한편 참가자들의 답변을 키워드 위주로 정리해 보니 12명 중 8명의 참가자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가치로 '성장'을 언급했다. 나머지는 동료 > 몰입 > 건강 > 워라밸 > 재미 > 안정성 > 사회적 영향력 순이었다. 부싯돌 참가자들도 실제 직업 선택 시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테니 자로 재듯 따지기에 무리가 있지만 아래 조사에서 주를 이루는 수입, 적성/흥미, 안정성보다 성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인상 깊다.

스크린샷 2024-05-16 004503.png 출처:「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통계청, 2023.8.28



2회 차 개인회고 답변

지난 회차에 언급하지 못한 참가자의 답변 몇개를 가져왔다.


노리

오른쪽이 노리

1.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회적 영향력]

어떤 일이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행동이 내 일, 친구, 그리고 이 사회에 끼치는 모든 영향력을 고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리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다를 메우고 산을 깎는 일이라면 극구사양이다. 내 모든 행동이 이 사회에 이롭길 바란다.

[성장]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내 불완전성은 유독 존재감이 큰 것 같다. 늘 나의 부족한 점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고여있고 싶지 않다. ‘여전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늘 성장을 꿈꾼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도, 알바를 할 때도, 그리고 여기 부안에 있을 때도 늘 성장한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린다. 과연 8월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시간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기대가 되기도, 무섭기도 하다.

[함께하는 사람들]

내가 제일 재밌게 일했던 곳의 공통적인 특징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모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어려운 전공과목도, 눈물 철철 나던 인간관계도, 쌔가 빠지게 일했던 아르바이트에서도 말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며 개념을 서로에게 설명하던 동기들, 함께 울어주던 따뜻한 친구들, 나의 열정을 알아주던 사장님과 알바메이트들까지. 내 삶은 관계로 채워지고 완전해졌다. 나도 반드시 그런 사람이 되어줄 것이다.

2. 주변에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나요? 없다면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 중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구름. 그리고 해쭈.

구름은… 전에도 느꼈지만 광기의 오로라가 뿜어져 나온다. 정말로 궁금해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매번 ‘괜찮다’고 말한다. 진실의 미소로 말이다. 난 진짜 구름의 뇌가 컴퓨터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ㅎㅎ 난 구름이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건강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을 해치울 수 있는 단단한 근육과 체력을 기르고,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한 끼를 챙겨 먹는다.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나도 그러한 건강한 사이클을 배우고 싶다. 내가 그러지 못한 이유는 체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단 수영부터 열심히 다녀야겠다…

해쭈는 내가 (인터넷 세계에서) 본 사람 중에 가장 단단한 사람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꼿꼿한 자세로 이겨낸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맛있는 밥을 챙겨 먹고, 귀여운 고양이를 키우며(중요) 세상 화목한 가족들이 그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해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건강햅삐햅삐에너지는 바로 거기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해쭈가 그런 에너지를 (특히 영상을 찍을 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본인을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의 출처를 인지하는 것. 나라는 사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 내 안에 채워진 모든 것은 타인으로부터 왔다는 것.

때앵큐 에브리원~!~!

3. 나는 어떤가요?

메타인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나의 능력치에 대한 메타 인지가 필수적이라는 영상을 봤었다. 메타인지에서 중요한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보단 한계점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나의 한계에 부딪히는 일에 소홀했어서(사실 두려워했어서), 특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걸 꺼렸어서 이러한 메타인지가 어색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과부하 된 뇌를 쿨다운 시키는 방법이라던지,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하는 법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걸 터득한다고 해서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을 잘하는 것과 나를 잘 다스리는 건 다른 영역이니까. 하지만 요즘은 번아웃이 오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도 스펙이 될 수 있기에, 열심히 단련하고자 한다. 이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되면 몰입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날까지, 세상이 덤벼~~~


노리는 언제나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세상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고민한다. 자책할 때가 많다고 하지만 현장에서의 노리는 언제나 특유의 커다란 미소와 몸짓으로 상황을 헤쳐나간다. 노리가 회고에 적었듯 부싯돌에서 더 다양한 일과 한계를 경험하고 이내 더욱 다채로운 사람이 되길 응원한다. (라고 적었지만 사실 나는 부싯돌의 모든 참가자가 이미 너무나도 다채롭고 빛나는 사람들이라고 매번 느낀다.)



2회 차 개인회고 마무리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매 회차는 본인 회고를 작성한 후 3명 이상에게 댓글을 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참가자는 12명인데 글마다 달리는 댓글은 20개를 훌쩍 넘는 걸 볼 때마다 감동 심함... (물론 지니는 글마다 3개 이상의 댓글을 달아야 하는 줄 알았다고 하긴 했지만ㅋㅋㅋㅋㅋ) 같이 살고 일하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들여다보는 이들의 관계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돈독함을 깨달았다.


참가자들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부싯돌에서의 자신을 기억하고 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제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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