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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가장 큰 실수: 고객의 소리를 안 듣기

부싯돌 프로젝트 1기

각 팀 현재 상황 리뷰

부싯돌 프로젝트는 약 두 달 여간의 여정을 달려 현재 중간공유회를 앞두고 있다. 중간공유회 전 팀이 도달했어야 할 목표 지점은 '아이데이션 및 1차 프로토타입 개발/검증'이었다. 그러나 현재 5팀 모두 아이데이션과 문제정의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마음이 굉장히 심란했다. 분명 대부분의 참가자들이프로젝트에 열과 성을 다했고, 프로젝트 경험 및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나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수준보다는 훨씬 높은 결과물이 나올 줄 알았다. 


대표님이 참가자들을 볼 때마다 "지수야, 애들 왜 저렇게 헤매니..? 너 뭐하는거니..?" 하는 소리를 들은 지도 벌써 세 번째다. 들을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5월 중순을 지나는 시가의 참가자들의 프로젝트는 3월 말 인터뷰 다니고 자료조사 하던 그 시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그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눈물 겨운 도전과 시도가 있었지만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노력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프로젝트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 今臣戰船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열 두척의 배가 있다"고 했던 이순신 장군처럼 나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남은 기간을 소중하게 사용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아쉬웠던 점

우리 팀을 돌아보다가 지금까지 멘토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도 쭉 살펴 보았다. 프로젝트 결과물을 지켜보다가 로컬 임팩트 캠퍼스(문제정의) 트랙을 밟던 팀들이 가장 현실적이고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관계자 및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횟수가 100번이 넘어 가면서 부터 정확하고 세심한 문제정의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로컬임팩트 캠퍼스 1기 참가자들은 이해관계자와 현장의 문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뜨거운 여름 날에도 매일 새벽에 버스를 타고 나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를 한 달 반 정도 팠다. 그렇게 10명, 20명, 50명, 100명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제의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었다. 

문제해결 파트에서 비즈니스랩으로 넘어오면서 이렇게 문제정의의 정확도는 점차 떨어졌다. 비즈니스랩 팀들이 잡은 소비자나 이해관계자들은 로컬에 없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까 힘들여서 그들을 만나러 가는 대신 데스크 리서치에만 의존했다. 인터뷰를 하더라도 정확한 타겟 고객이 아니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고객을 인터뷰하다 보니까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그 인터뷰 숫자도 10명 이하로 현저하게 적었다. 비즈니스랩의 단계를 밟은 팀들의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유 또한 명확한 문제정의 부재, 즉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맥락 및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부싯돌 프로젝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조사해본 결과 모든 팀이 두 달 반동안 제대로된 페르소나 또는 이해관계자를 만난 숫자는 10명 미만이었다. 부안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해관계자를 선정한 팀들은 페르소나 및 이해관계자를 만나기 어렵다보니까 두루뭉술하게 맞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렸다. 어렵게 몇 안되는 정확하지 않은 고객들의 이야기에 따라 문제정의도 자신들이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에 맞춰서 계속해서 바뀌었다. 정확하지도 않고 보편적이지도 않은 문제정의였다. 

중간의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부분의 팀들에게 만나러 오라는 줬는데도 처음 나가다 보니까 어떤 것을 보고 물어봐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시간만 떼우다가 돌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현장에 나가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잘 이해를 못했고 목적 없이 나가다 보니까 힘들어 했다.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서는 현상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발견할 수 없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PM이나 대표님이 하라고 하니까 어거지로 인터뷰이 숫자를 채우고 시간을 떼웠던 것 같다. 고통스럽겠지만 이렇게 정확한 문제정의 없이 지금 상태에서 아이데이션을 해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를 하게 되면 단 한 푼도 벌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지만 계속해서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개선할 점

억지로 나갔음에도 각 팀에서 공통된 현장 데이터가 쌓이니까 좀 더 날카로운 문제정의가 나왔다. 자신들만의 머릿속에서 나온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 및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문제를 조금씩 정의해 나가기 시작했다. 남은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현장의 접촉 빈도를 더 높여 문제의 정확한 맥락을 파악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게끔 만들어주어야 한다. 타겟 페르소나 100명 이상 만나게 만들고, 만나러 갈 때 계획표, 만나고 와서 도출된 인사이트 공유받고 피드백 해준다면 그들도 점차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좀 더 신경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눈 앞에 놓인 과제 및 인터뷰를 처리하느라 급급할 동안 나는 그들과 연결해줄 수 있는 인적 자원 인프라를 좀 더 찾아놓아야겠다. 다양한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특히 아이데이션 및 솔루션을 구상할 때 이미 그 산업군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미리 알고 있을 때 훨씬 손쉽게 일이 풀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문제정의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들이 파는 문제를 미리 앞서 풀어본 사람들이 모이는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찾아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잘 연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돈을 지불할 정도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고객과 문제 상황 및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서 결국 아무것도 팔지 못하게 되는 창업 형태를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많이 들었는데 항상 내 일이 되면 까먹는다. 부싯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남은 시간 동안에는 고객의 전문가가 되어서 고객보다 더 고객의 마음을 잘 알아차릴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받칠 것이다. 


참가자들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 지금 울면서 했던 노력과 도전들을 더 크게 돌려받아 웃으면서 이곳을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돈을 벌어봄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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