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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물과 계란과 밀가루로부터 시작된다

부싯돌 프로젝트 1기

부싯돌 프로젝트도 어느덧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다. 

약 한 달 반 정도 남은 기간 동안 각 팀들은 그동안 발굴해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치열하게 솔루션을 구상하고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오늘 소개할 팀은 '부안의 특색을 담은 아이들을 위한 디저트 개발'을 맡은 디딤돌이다.

디딤돌은 중간공유회 회고 에서 봤듯이 부안에 찾아온 가족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놀고 디저트를 구매할 때, 아이와 어른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새로운 디저트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찾아냈다.


부모는 먼 곳까지 시간 내서 온 김에 지역만의 특색이 담긴 새로운 디저트를 먹이고 싶어했고,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들의 특성상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포장형태의 디저트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이 기존에 좋아하는 맛(초코 등)이 담긴 디저트를 먹기를 원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디딤돌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담아 개발하고자 하는 디저트는 다음과 같다.

팀이 담고자 하는 부안의 특색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과 새로운 식감으로 녹여내기 위해 디자인 했다.

 

남은 시간은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이 팀은 현명하게 두 조로 나뉘어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검증할 준비를 했다. 

쥭과 온콩은 특색이 담긴 디저트를 실제로 팔릴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 개발 팀이 되었고, 메린과 키리코는 이 디저트를 유효고객에게 판매하고 검증할 수 있는 밑단을 준비하는 기획, 총괄 팀이 되었다.


제품 개발팀 현황


이전에 F&B 브랜드 창업을 할 때 나는 제품 개발 팀이 아니어서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몰랐었는데 이 팀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기술자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이론과 현실의 차이

일단 인터넷에 나와있는 쿠키, 마들렌, 다쿠아즈 레시피가 그대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디저트 개발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 인터넷에서는 180도 온도에서 13분 정도 구우세요~ 되어 있었지만 현장의 오븐 상태에 따라서 더 구워야 하는 것도 있고, 덜 구워야 하는 것도 있었다. 

인터넷 레시피에 의존할 수 없어서 쥭이랑 온콩이 계속해서 꺼내보면서 이게 잘 구워졌는지, 바삭바삭한지 딱딱한지 지속적으로 확인을 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공유주방에 있는 오븐이 온도가 일정하게 데워지지 않아서 위쪽에 있는 틀은 바싹 구워지고 아래 쪽에 있는 틀은 덜 구워져서 더 맞추기 힘들었다. 


2. 제한적인 조리도구의 한계

내가 보러간 날은 다쿠아즈를 만들어보는 날이었다. 다쿠아즈는 원래 큰 다쿠아즈 틀에 반죽을 다 짜서 틀을 한 번에 들어내고 굽는 방식인데 이때는 아직 디저트 종류를 확정하지 못해서 틀을 사지 못한 채로 진행했다.

그래서 쿠키틀을 놓고 반죽을 짜고, 쿠키틀을 빼고 다시 반죽을 짜고 하는 행위를 반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틀을 뺀 반죽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이 때문에 쥭과 온콩이 원하는 모양을 내기가 어려웠다. 


3. 끝없는 팔뚝의 향연

베이킹 과정에서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서 놀랐다. 버터를 반죽하고 섞을 때, 슈가파우더를 체에 쳐서 내릴 때 계속해서 힘을 주면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쥭이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놓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힘을 써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베이킹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가득 담긴 재료들을 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버터랑 반죽을 섞고
머랭치고
체에 가루를 내리는 모든 순간에서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극악의 환경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쥭과 온콩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팔릴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야만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계량하고 고민하고 도전하는 쥭과 온콩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무언가를 먹을 때 더더욱 감사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제품을 받은 우리는 쉽게, '이거 좀 단데?', '이거 좀 질긴데?' 하면서 음식에 대한 평가를 쉽게 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와 계란을 쥐고 시작한 사람들이 어떤 노력과 고통을 거쳤는지 알게되니 그렇게 함부러 말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콤한 디저트 뒤에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의 노고와 땀방울이 담겨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기획, 총괄팀 현황


온콩과 쥭이 열심히 디저트를 개발하는 동안 키리코와 메린은 그 디저트를 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라는 미션을 주었다. 그들은 팀이 주목하고 있는 해변가 가족관광객들의 동선을 고려해서 그들의 동선 안에서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에 가서 협업 제안을 해보게 되었다. 사실 낯선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것이 처음 해보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메린과 키리코는 하루 이틀 만에 팀 소개자료를 만들어서 변산과 격포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이 팀 행동력 참 좋다

디딤돌 홍보자료를 들고 가서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카페, 상점, 캠핑장 등의 허가를 구해서 시식회 허가를 따왔다. 생각보다 흔쾌히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전해주었다. 이 팀은 팀이 문제정의에서 주목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하나하나 컨택해냈다. 아무곳이나 되는 대로 컨택하지 않고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을 상기하며 방향성을 잃지 않고 하나씩 섭외해 나갔다. 


프로토타입 개발/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생각한 고객에게 유효한 솔루션인지 검증하는 과정 세팅을 잘 해놓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서 우리가 팔 수 있는 곳에서 파는 것은 목적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 많은 창업가들이 처음에 할 때는 마음이 급급해서 눈 앞에 시장이 보이면 바로바로 팔아버리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당연히 내가 주목했던 고객의 상황과 맥락이 달라서 안 팔리고 팔리더라도 가설 설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 이유조차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디딤돌은 그런 유혹을 버리고 중심을 잡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곳만 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디딤돌의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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