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꽃이 숲을 이루다' 대표, 진영 님의 이야기
서울이 아닌 로컬에서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나.이.사.(나 의성에서 이렇게 사(살)아요), 이번에는 카페 '꽃이 숲을 이루다'를 운영하고 계신 진영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진솔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점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는지 지금 살펴볼까요?
태어난 곳은 의성이지만, 서울에서 계속 자랐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도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갔던 착한 딸이었고요.
모든 사람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정작 나는 없더라고요. 나한테 제일 잘해야 되는데 나한테 제일 못했어요. 또 모든 걸 잘해야 된다는 성격이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어요. 어느 순간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갑자기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지원을 했고, 그렇게 의성에 오게 됐어요.
나를 찾으려고 의성에 왔고, 내가 선택한 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보통 부모님이 택한 지역에서 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의성은 처음으로 내 의지대로 내가 선택한 곳인 거죠. 이걸 서른아홉살에 처음 해본 거예요. 부모님의 반대가 엄청 심했었는데, 그럼에도 그냥 밀고 나갔어요.
6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카페를 열었어요. 그래도 부모님이 와주셨는데 오자마자 하신 첫 마디가 ‘(서울로)올라와라’였어요. 3개월도 못 갈 거라고 하시면서요. 부모님도 마음이 아프셨겠죠. 혼자 개업 준비하면서 여러 고충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이런 반응을 들으니까 눈물이 났어요.
제가 그때 아버지께 말했어요. 한 번이라도 저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본 적 있으시냐고. 그 말을 하는데 아버지가 대답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 ‘꽃숲’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하세요. 돈을 벌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행복했거든요.
서른아홉 살에 의성에 온 게 살면서 제일 잘한 선택 같아요.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진짜 행복했더라고요.
의성에서의 지난 5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나 자신한테도 최고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만약 앞으로도 또 그렇게 살 건지 생각하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그렇게는 안 한다'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일이니까 열심히 달렸는데, 그러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고 과부하가 오는 거예요. 이제는 뭐든지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좀 내려놓고,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려고 의성에 왔던 처음의 의지를 다시 찾고 있어요.
또 이제는 기회가 오면 망설임 없이 잡아요.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예전의 저였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의성에 왔던 그 용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Q1. 꽃숲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경험을 하셨었나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주변에 감각적인 사람, 미술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여기 와서 꽃숲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또 의성에 오기 전에는 그림도 그리고 삼청동 쪽에서 큐레이터 생활을 했거든요. 전시도 많이 보고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공간에 대한 감각이 쌓였던 것 같아요.
Q2.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스타벅스에서 일했었어요. 당시엔 카페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커피를 배우고 싶었어요.
저는 이때 배운 걸로 꽃숲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커피 만드는 법뿐만 아니라 손님들을 대하는 법 같은 것까지요. 그래서 그때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20대 때는 서른아홉 살에 의성에서 카페를 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거든요.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게 계속 달라질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것도 되게 중요하고, 도전하고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자격증도 물론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보단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3.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에 읽었던 책이 있는데, 어르신들을 인터뷰한 책이었어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하니까 다들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막상 고민해서 해결되는 건 없었고 다 지나갔다고 하면서요.
저는 정말 고민도 많고 겁도 많은 사람이에요. 지금 마흔네 살인데 고민만 한 30년 한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가 이제는 너무 고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요즘은 새벽 5시에 일하러 나가도 행복해요. 지금 하고 있는 꽃이나 교육, 디자인 일이라면 오늘이 저한테 남은 마지막 하루라도 이 일을 할 것 같아요.
다들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저지를 땐 저지르세요! 아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다 잘 되실 것 같아요. 그럴 수 있기를 마음으로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