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초기 창업가의 이야기
프로토타입 개발/검증, 베타테스트 등 바쁘고 의미있는 시간들이 지나 어느 덧 9월 중순이 되었다. 부싯돌 1기 중 절반의 팀(기후변화체험프로그램 기획 - 잼글, 아이들을 위한 디저트 개발 - 디딤돌)이 남아서 후속 창업 활동에 나섰다. 창업활동을 나서기 전 앞선 과정들 중에서 테스트 결과 분석, IR 피드백 데이 등 회고하면 좋을 것들이 굉장히 많지만 이제부터의 기록은 그 단계를 모두 뛰어넘고 갓 사업자를 낸 창업새내기 시절부터 기록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앞선 과정들은 수요 검증과 같은 내용은 사실상 다른 학생 창업 프로젝트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창업 프로젝트 이 정도 수요 검증했습니다~!' 하고 박수치고 모두 해산해서 이걸 바탕으로 취업 준비하는 그런 흔한 결과물 말고 실제로 이 가능성을 더 큰 움직임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지지부진하게 창업을 더 이어나갔을 때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만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어느 정도 수요가 검증된 상태에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고군분투하는 눈물 겨운 일화를 기록한 곳을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단계를 충실하게 기록하고 회고하는 것은 후발 청년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대부분의 창업 책에는 프로토타입 개발/검증,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투자를 받게 된 이야기를 기록한다. 초기 고객의 반짝이는 수요를 거쳐 대중에게 어떻게 잠재적으로 수요를 확충해나가는지, 그 죽음의 계곡은 어떻게 건넜는지에 대한 사례는 많이 없다. 창업가들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미화된 고생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현실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이런 시련과 고통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재구매가 일어나게끔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작업(대량 생산 시설 구축, 제품과 관련된 각종 서류 준비 등)들을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발로 뛰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돈이 너무 없어 알바를 병행하며 해야 하기도 하다. 사업자를 낼 때 간이과세자, 일반과세자, 개인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도 헷갈리는 마당에 제품/서비스 하나를 제대로 팔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서류, 요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사업자 내고 별로 벌지도 못했는데 내야 할 세금은 뭐그리도 많은지 혼자 이 모든 것을 다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청년들이 프로젝터에서 어엿한 창업가로 거듭나기까지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시도해본 사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조직 문화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지, 좀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위해 어떤 것들을 도전해 보는지 기록하며 회고해볼 예정이다. 이 글을 보고 자신만의 사업을 해나가고 싶은 젊고 패기 넘치는 창업가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먼저 디딤돌 팀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디딤돌 팀은 부안의 지역 특색을 활용한 디저트가 아동관광객 중, 부모의 니즈만 충족시키고 있다는 문제를 정의하면서 부모와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개발하였다. 아동 관광객이 많이 오는 호텔에서 팝업을 해서 디저트를 완판시킴으로써 수요가 있는 아이템임을 알 수 있었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나름의 큰 수익(약 140만원)을 하루 만에 벌어들이자 디딤돌은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사업화 했을 때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안에 남아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하지만 꿈 같았던 팝업과 달리 사업화 하는 과정은 매우 차가웠다. 성공적으로 팝업 결과를 이끌어낸 덕분에 호텔 측에서도 연락이 와서 지속적으로 더 해줄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지만 그 문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시설이 있는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팝업을 하면 하루에 약 600개 이상의 디저트가 팔려나가는데 프로토타입 개발/검증 때 사용했던 가정용 오븐으로는 그 많은 양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부안 내의 여러 가지 공유주방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모두 여건 상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요는 있는데 생산할 장소와 기구가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부안, 정읍 내에 위치한 조리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전주의 각종 베이킹 시설을 갖춘 곳에 전화 돌리고 답사를 다녀오면서 겨우겨우 한 군데 시설을 빌릴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손품, 발품 뛰며 주방시설을 간신히 구한 며칠 후 호텔 측에서 팝업 장소에 입주할 다른 가게가 들어와 팝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줬다. 위치, 접근성, 분위기, 타겟 고객과의 접점 이 모든 측면에서 완벽했던 팝업 장소가 사라지자 새롭게 이 제품을 판매할 곳을 찾아야만 했다. 인터뷰하면서 알아냈던 고객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장소들은 이미 다 자신들만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고 기존 사업자와 협업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았다.
때마침 운 좋게 서울에서 하는 박람회 기회도 들어왔지만 아이템이 음식이다보니까 관련 허가 서류를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했다. 판매 서류를 받기 위해 조건에 맞는 주방 시설을 찾고 임대 계약을 맺어야 했는데 자본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큰 돈이 없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보증금은 커녕 월세 50-60만원도 매우 부담스러운 형편이었다. 어찌저찌 운 좋게 괜찮은 생산 시설 지원사업을 소개 받아서 지원하고 열심히 면접보고 합격해서 간신히 주방 시설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합격 후 식품허가가 있는 사업자 등록증은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빠르게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생산 시설 부족이었다. 여전히 행사를 나가기 위한 600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 때 홈베이킹용, 가정용 오븐을 써야만 했다. 청년들이 업소용 오븐을 구매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쌌다(약 300만원에서 천 만원). 열심히 돈을 벌어서 오븐을 사고 싶었지만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오븐이 너무나도 필요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상태가 되었다. 업소용 오븐으로는 4~5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 양을 거의 36시간을 걸려서 밤을 새우면서 만들어야 하다보니까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이와 같이 프로젝터에서 실제 창업가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경험담이 담겨있다. 우리는 이미 성공한 창업가를 통해 '창업'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항상 멋지고 이름 있는 결과물들로 이야기의 결말을 듣고 고생은 미화되어 듣는다. 성공한 창업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정도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저정도의 고생은 감안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창업에는 초기 반짝이던 얼리어답터들의 수요 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초기 창업가 시기, 죽음의 계곡이라는 시기가 존재한다. 제일 무서운 점은 이 시기가 언제 끝날지, 이 시기를 버티면 정말 성공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초기 창업가들은 어느 순간에는 매우 초라하고, 비참하고, 죽을 것 같다가도 고객이 예뻐해주고, 만족해주면 날아갈 듯이 기쁜 그런 하루하루를 반복하게 된다.
창업가의 길은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숙명을 갖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 9가지를 해내가며 문제해결 능력, 자기주도성을 형성하는 20대 초중반 초기 창업가들의 여정이 후발주자 청년 창업가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