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안붉은노을 축제에서 영업기술 배우기

부싯돌 프로젝트 1기

지난주 10월 11-13일 동안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붉은노을 축제가 열렸다. 부안군청 산하의 창업팀 부스로 배정받아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세팅을 하라고 해서 아침 8시반부터 출발해서 열심히 세팅을 하고 회의가 있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참가자들한테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없다는 카톡을 받았다. 디저트 팀이 2명에게 체험프로그램팀은 한 명에게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부스를 10시쯤 보고 16시쯤 다시 봤다. 전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없기는 했지만 유동인구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었다. 고객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는 부스랑 10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인도로 지나갈 때 부스에서 무엇을 파는지 잘 안 보였다. 100명 중에 90명에 사람들이 인도로 지나가는데 창업팀 중 아무도 인도까지 나와서 제품을 홍보하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게 90명의 잠재고객을 놓쳤다.

100명 중에 10명은 부스를 구경하고 싶어 부스 앞쪽으로 일부러 걸어들어 갔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부스 앞을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나와 홍보하거나 소개하지 않았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만 매장 뒤에서 매우 작게 홍보하고 있었다. 홍보 문구를 들어보니까 디저트 팀 같은 경우 "글루텐 프리 쿠키에요~" 혹은 "부안 고슴드치 쿠키에요" 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 날 부스 앞까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60대 어르신들이 훨씬 많았다. 60대 어르신들은 글루텐 프리에 가치를 느끼기는 커녕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보였다. 그들에게는 "부안 쌀가루로와 특산물로 만든 건강한 국산 쿠키에요!" 와 같은 키워드가 더 잘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키워드나 홍보가 더 잘통하는지 테스트해볼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았다. 

조용히 지켜보다가 축제를 마무리할 때쯤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주었다. 첫 째, 도보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끌어올만한 소개서 제작해오기! 소개 멘트 다양하게 바꿔보면서 마케팅 포인트 찾기까지 과제로 주려다가 아직 거기까지 소화하기는 무리인가 싶어서 관뒀다. 

전 날 기억을 되살려 다음 날에는 한 시쯤 세팅을 마쳤다. 그러나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온 관광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몇 백명의 손님을 놓치고 시작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그 전 날 보다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디저트 팀은 소개서를 제작해 놓은 것이 있어서 도보까지 나와서 소개서를 나눠주면서 홍보를 시작했고 체험프로그램팀은 소개서를 미처 제작하지 못해 도보까지 나와서 말로만 소개하기로 했다. 영업을 뛰기 시작하니까 100명 중에 50명의 사람들이 부스를 들렸다가 갔고 구매 전환율도 많이 올랐다. 디저트 팀 같은 경우 약 20박스를 팔았다고 한다. 

체험프로그램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거의 다 모래사장 쪽에서 놀고 있는데 소개서가 없어서 고객을 많이 놓쳤다. 그래도 현장에서 3건의 결제를 따냈다. 다음 날에는 부스 위치도와 프로그램 소개가 담긴 소개서를 꼭 가져오기로 약속했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자신이 열심히 만들면 그 제품의 가치를 누구나 다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고 거절 받는 것을 쪽팔린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사실 본인도 고객의 입장일 때 처음 보는 제품/서비스를 접하면 딱히 관심이 가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엄청 품평하면서 구매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을 간과한다. 

창업가의 고고한 열정과 고객의 무관심을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영업이다. 영업의 본질은 창업가의 열정어린 제품을 고객들이 '왜 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주는 데에 있다. 제품/서비스에 가치를 느낄 만한 포인트를 연구하고, 그것을 고객에 눈에 띄게 도와줌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을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끊임 없이 생각해보고 검증해보아야 한다. 

현장에서 발로 뛰기 때문에 바로바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영업 직무의 큰 장점이다. 특히 네임벨류가 없는 초기 창업가라면 어떻게 이 제품/서비스를 팡라야 하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가 이 간판을 봤을 때 어떤 메세지를 읽어내는지, 이 리플렛을 봤을 때 어떤 것을 알 수 있는지 고민해서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밌는 환경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