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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Edu Jan 21. 2021

방통대 편입으로 늦은 꿈을 이루다

엄마 이야기




우리 엄마는 1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지역유지였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삶을 사나 싶었더니 

엄마가 초등학생 때 할아버지가 급사하여 가세가 기울었다


게다가 어처구니 없게도 당시 외할아버지의 땅이었던 동네를 

지역개발을 빌미로 시가 회수해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엄마는 외할머니의 부단한 노력으로 방통고-방통대를 들어갈 수 있었으나 

결혼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났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 지지고 볶고 어찌어찌 살아가던 엄마는 

이제야 철이 들어 일을 하고, 학점은행제 교육원에서 근무하는 딸 덕에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은, 나는 평생 엄마가 고졸인 줄 알았다.

당시 대학을 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엄마가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에 그런줄 알았다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해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실제로 근무를 하다가 

흘러흘러 평생교육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고 일을 그만둘텐데 ..

그럼 남은 여생은 뭐로 먹고 살아야 할까


가진 재주라곤 남들보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과 아주 조금 잘난듯 글을 써내려가는 것뿐

실질적으로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무언가가 필요할 텐데 사회복지사2급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면 요양원을 차려 경영을 하고 

감자농사를 짓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넌지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엄마도 관심을 보였고, 그럼 자격증을 따는건 어떻겠냐 했다


사회복지사 2급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과 관련 전공 17과목, 실습 160시간에 세미나 30시간을 채워야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다만 엄마는 개정 전 과정을 진행했으므로 14과목 이수였다)


나는 막연히 전문대 학력을 만들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1년 반 이상의 기간이 걸릴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엄마는 대학을 다녔다


1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했기 때문에 고졸이라는 학력은 맞으나 

전적대가 존재했었고, 이를 활용하고자 엄마에게 성적증명서를 달라고 했더니 


성적이 낮아 부끄럽다며 사진을 보내자마자 지워버렸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엄마의 사회복지사 취득기는 시작되었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엄마였지만 어느정도 인터넷은 활용할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수업을 이어나갔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한 학기를 두 기수로 나눴고

한 기수당 3과목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마친 뒤 

엄마에게는 이 교육원에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강의실을 들어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알렸다




엄마가 대학을 다닐 당시의 방통대는 원격수업이 있다기보다는 

말만 방송통신이었던 것으로 매번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나갔다


그 이후 공부라고는 취미로 바리스타나 제빵 등을 배웠으니 

이렇게 원격 교육은 처음이었다


엄마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을 켰고,

강의실을 들어가고 수업을 듣고 토론은, 과제는 물어보며 조금씩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천천히 공부를 한 결과 1년 반 동안의 과정이 끝나 

엄마는 2년제 전문학사를 취득하고, 사회복지사2급을 손에 쥐었다


대단한 성취감이라, 조금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보다

온전한 원격교육이 아닌 방통대라도 다시 들어가 동기들과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야 찬성이었다


정년이 되고 소일거리만 하던 엄마가 

교회에 가는 일 말고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긴 것이다


배움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언제든지 손에 닿으면 할 수 있는 

교육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엄마가 빨리 늙지는 않겠다는 안도를 하며 

엄마에게 그러하면 방통대 편입을 하자고 권유했다




방통대 편입 방법

명명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경우 사이버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학과 달리 편입 시 필요한 조건을 학력 대신 학점으로 내걸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반편입은 전문대를 졸업했거나 4년제 중 2학년까지 수료한 경우

학사편입은 4년제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른 학교 3학년으로 지원하는 방법이다


방통대 편입 역시 일반편입처럼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으나 

특이하게도 3학년으로 입학하는 것뿐만 아니라 2학년도 지원 가능하다




여러가지 복잡하게 써있긴 하지만 정리하자면


2학년 편입

- 전문대(과정 중 1년 이상 수료), 대학 졸업(예정)자 

- 4년제 대학 재학 중 1학년 이상 수료

- 독학학위제를 통해 학위 취득자

- 학점은행제를 통해 전문학사 취득 또는 학사 과정에서 35학점 이수자


3학년 편입

- 전문재, 대학 졸업(예졍)자

- 4년제 대학 재학 중 2학년 이상 수료

- 독학학위제를 통해 학위 취득자

- 학점은행제 전문학사 취득(예정)자

  ㄴ 학사학위 과정 중 70학점 이수자


이때, 식품영양학과 / 간호학과 / 유아교육과는 

각각 학과에서 취득할 수 있는 면허가 있어야지만 3학년 지원이 가능하다

즉, 이미 관련 전공으로 전문대 이상을 졸업해야지만 3학년 편입이 가능하며, 비전공자는 2학년 지원만 가능)





엄마는 방통대에서 18학점을 이수했지만 그대로 제적을 한 상황으로

원래라면 고졸학력에 편입 지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만들면서 사회복지사 2급까지 취득했으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학점은 총 81학점, 3학년 편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무언가 큰 뜻을 이루겠다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공부, 배움을 받고 싶어했기 때문에 


딱히 원하는 전공이 없어 교육학과와 문화교양학과를 고민하다가

막바지 접수기간에 문화교양학과로 편입을 지원했고 벌써 2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다


다만 방통대는 학과 및 커리큘럼에 따라 출석수업을 하는 것들이 있고 

시험 및 과제제출 시에는 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치러야하기 때문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인근에 학교가 없다면 과정 진행이 어렵기도  하다


엄마는 청주에 살고 있고, 집 뒤편으로 방통대가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내일 모레 육십의 엄마는 이제야 공부하지 못했던 한을 풀고 있다 


원격수업이라는 어려운 시련을 마치고 이제는 나보다 더 사이트를 잘 이용하며

과제도 스스로 해내는 편이다


우리 엄마의 삶에 남들과 다르지 않은 경험이 생겨난 것이 참 다행이다

내년 여름엔 졸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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