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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Mar 12. 2019

만들어진 안녕

인위적인 안녕






순식간이었던 거 같다.

‘안녕’ 할 새도 없이 그냥 갔다.

안녕조차 떠오르지 않았던 그 순간, 그 찰나.  

아파했던 지난날도, 뛰놀며 즐거웠던 시간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바라보게 되는 그 순간.


주사 두 번 만에 영혼이 사라지고 말로만 들었던 껍데기만 남은 모양새를 보니, 왠지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날 거 같고, 몸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거나 귀를 쫑긋할 거 같다.


그러나, 이제 그러지 않는다.

눈을 억지로 감겨야 하고 손이 가벼워졌고 온 몸에 힘이 없다.

눈동자를 보고 싶은데 볼 용기가 나지 않았고

그저 쓰다듬기를 여러 번.

안녕이라는 말을 바로 오분도 안 되는 시간에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의사가 말한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너의 선택은 나쁜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보내주는 사람 있어

그게 얘한테 좋은 거야


엄마가 같이 나를 설득한다


오래 살았어 금방 죽을 수 있었는데 우리 덕분에 오래 살았어 그럼 된 거야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 나은 거야


심플했다.

생과 사는.

생각보다 금방이었고,

생각보다 아파하지 않았고,

나는 고통스럽게 보지 않았고.

근육이 약물에 의해 뻣뻣해지는 그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울지 않았고

울지 않았고

울지 않았고..


울었고.



생각보다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아서 별로 사랑하지 않았나 보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너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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