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고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맴맴 Dec 20. 2022

나는 누구지?

인간, 닝겐, 피플

2019310


마치, 붉은색도 아닌데 붉은 것처럼 위장하는 듯이,

나는 붉다고 직접 말하는 것처럼,

반사되는 하나의 색일 뿐인데.


-

오전 알바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계산해달라고 아줌마를 부른다. (졸지에 아줌마 됨)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그녀로 등장한다.


키가 크고, 마른 덩치에,

허리 라인이 들어간 얇은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써서 얼굴 반쯤이 안 보이는,

왠지, 열심히 기르고 있는 중인 것 같은 삐죽한 머리카락에, 어딘가 예민한지 인상을 쓰고,

낮은 저음으로,

나에게 계산을 해달라고 한다.


계산할 상품을 놓는 손을 보니

그라데이션 네일아트를 했고

그런 손톱이 쑥스러운 건지, 숨기고 싶은 건지,

손을 재빠르게 왔다 갔다,

상품 놓은 손이 어색하게 방황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당황하지 않은 척,


생각보다 징그럽지 않았고

생각보다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선택했을까를 생각해본다.









손톱 이쁘던데,

그래도 네일 하면서 행복했겠지?




결국 해내고 있는 너는,

승자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그땐 그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