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 절개
오전 수술 후 이제 저녁이 되었다.
아픔도 덜하고(알고 보니 마취 덕) 소변줄도 꽂혀있었기에 화장실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불편함도 없었다. 내 출산 소식에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며 연락을 보내왔고 참을만한 고통이어서 신나게 떠들었다.
간호사선생님이 주신 무통주사는 스위치를 마구 누를 정도의 통증은 아니어서 별로 누르지도 않았다.
훗, 이 정도면 뭐~~ 수술 괜찮다~~라고 신나 했던 나.. 오후 때만 해도 참을만한 통증이 8시간이 지나니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워서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말로 표현이 안 되는 통증이 찾아왔다. 침대에 깔아 둔 패드에는 또 피를 쏟아냈고 간호사선생님이 패드를 갈아주기 위해 나보고 엉덩이를 들어보라 했는데 난 그때 처음 겪는 고통을 느꼈다.
'.... 으어어엌'
간호사선생님이 새 패드로 갈아주고 이제부터 우리가 패드를 갈아야 하고 가스가 나오면 그때부터 미음에서 일반식으로 바꿔준다고 했다. 그리고 빠른 회복을 위해 내일은 걸으라고 했다.
새벽에 간호사선생님이 와서 혈압을 시간마다 체크하셨고 내가 복용하는 약도 갖다주셨다.
회복을 위해 누워서 발과 다리를 너무 움직였는지, 새벽에 불편감이 더해졌다. 쭉 정면으로 누워있었더니 등도 배기고 찌뿌둥해서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 돌아 누으려 배에 힘이 들어간 순간! '끼야아앜'
ㅠㅠ 아픈데 아픈데!!! 어떻게든 옆으로 눕고 싶어서 침대 가드를 잡고 돌아 누웠다. 돌아 누웠더니 뭔가 배의 느낌이 이상했다. 내 안에 무언가가 있는데 그게 쏠리는 느낌..? 다른 장기가 내 배에서 따로 돌아다니는 느낌..? 뭔가 따로 노는 장기 하나 있는 듯한 느낌으로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 장기가 내 말을 안 듣고 배에 힘을 줘도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움직일 때마다 아픔은 배로 아팠다.
통증이 슬슬 올라오고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옆으로 누워도 아프고 정면으로 누워도 아프고 피가 나는 것도 다 느껴지고 아파서 깨고, 혈압체크 때문에 깨고 비몽사몽으로 잠을 거의 선잠을 잔 거 같다. 나는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옆에서 남편은 코도 골고 자길래 너무나도 부러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남편은 보호자 침대가 남편 덩치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다크서클이 더 심해졌다. 남편도 고생한 거지 뭐...^^
침대에서 회복한답시고 다리를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불편감이 더 심해졌는데, 무통 주사를 넣어봐도 호전이 안 됐다. 나는 혹시 소변줄 때문인가 싶었고 간호사선생님께 소변줄 언제 빼냐고 물었고 다음날 9시에 뺀다길래 참아봤다가 새벽에 그냥 빼달라고 했다. (아마 오전 8시쯤 뺀 듯. 원래는 9시에 뺀다고 하셨음) 소변줄 빼면서 이제 화장실을 가야 하고 빠른 회복과 유착이 되지 않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걸으라고 했다. 그리고 가스가 나오면 말해달라고 했다.
식사는 항상 미음이 나왔고 나는 죽을 좋아하고 간이 센 음식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병원밥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내가 남긴 밥양을 체크하고 소변량도 체크했다.(간호사선생님이 체크하라고 함)
밥을 몇 끼 먹었더니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다. 제기랄.. 난 이때 소변줄을 왜 빨리 뺐을까 후회했다.
이제 화장실을 직접 가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아읔앜!!!!!!!!
수술부위 통증이 마치 꿰매어져 있는 천을 억지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피부가 아픈 게 아니라 피부 속 어딘가가 찌릿? 찌릿도 아닌, 내 살가죽, 속근육 어딘가를 양쪽으로 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작은 움직임에도 미친 듯이 아팠다. '여보.. 여보...ㅜㅜ' 남편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는 것뿐....
화장실은 가고 싶고.. 수술통증이 너무 아프고 미칠 노릇이었다. ‘흐어으어으으ㅠㅠㅠ’ 하면서 남편을 지지대 삼아 겨우 일어섰고 병동에 있는 보조기를 이용해 화장실에 겨우 갔다. 아... 그런데 문제가 변기가 너무 낮았다... 하..... 남편 부여잡고 흐느끼며 겨우 앉았고 뒤도는 게 가능하지 않아서 남편이 뒤처리까지 해줬다. 피는 계속 나왔고 맘스팬티를 입는 것조차 안돼서(구부리지도 못함) 입히는 것도 남편이 해주고... 남편이 연차를 안 썼으면 큰일 날 뻔했다. (병원에서도 2-3일 정도는 무조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안내받긴 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 겪는 중) 나는 몸에서 복근이 참 큰일을 한다는 걸 깊게 깨달았다.
침대에 일어서고 앉기까지의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배에 힘주는데 정말 이게 뭐야 싶은 통증이 나를 지배했다. 상상 이상의 통증이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경험담 중에 마치 여러 가시가 동시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라는 글을 봤는데 임신 당시엔 ‘에이~ 여러 가시가 뭐야~’ 했던 나...
그 고통이 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통증...
어제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던 폰은, 폰을 볼 여유도 없이 무통주사 스위치만 여러 번 눌러댔다.
그렇게 하루가 또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