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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조리원 천국

누가 그래

by 맴맴

산후도우미 신청을 안 하다 보니 조리원에서 모든 것을 배워야 했다.


조리원 상담을 갔을 때 프라이빗하고 뭐 어쩌고저쩌고 말을 했고, 우리는 단순하게 집과 제일 가까운 거리라 결재를 했다.(집에서 10분 거리)


상큼이를 데리고 조리원으로 가는데, 다행히 상큼이는 카시트에서 잘 자고 있었다. (신생아는 원래 잠을 많이 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조리원에 도착했고 방의 상태는 쾌적했다.

남편얼굴에는 이미 다크서클이 더 내려와 있었고 나 또한 다크서클이 어느새 생겨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은 많이 부어있었고 임신 초반에 먹덧이 와서 난 그 붓기가 붓기가 아니라 내 살이라 생각했다.


남편은 집에 가서 밀린 집안일을 하러 갔고 나는 마사지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다.

아! 산부인과 교수님이 마지막 회진 때 우리가 분유수유를 할 거라고 했더니, 퇴원할 쯤에 젖이 돌 거고 단유약을 먹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단유 되도록 나에게 유축하는 텀을 서서히 늘려가면서 단유하라 고했다.

2시간씩 유축했다가 5시간 12시간 하루....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려가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조리원에서 모유수유를 안 한다고 했고, 나에게 유축기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안내를 받았다. 드디어 쉬는 건가 싶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조리원이었다.



일단 너무 피곤한데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마사지받으러 가고, 모자동실 시간에 상큼이 오고, 자야지 싶을 때 밥이 온다. 그러다 청소하러 오시고 원장님이 방마다 애기들 상태 보고하러 오시고... 여하튼 방문을 여러 사람들이 열고 닫고 열고 닫고..


대체 언제 자는 거고 조리원이 왜 천국인지 몰랐다.

너무 피곤하고 피곤하고 너어무 피곤하고 유축해야 하고 몸은 몸대로 이상하고 잠은 잠대로 쏟아지고 할 건 있고 상큼이는 또 방으로 오고... 난 조리원에서 출산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자느라 바쁜데 제대로 잠도 못 잤다.

이상하게 너무 피곤하고 조리원 불만이 생기고..


재밌는 건, 가만히 있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였다.


나는 분명 출산해서 기쁘고 아이도 이쁘고 고생한 남편에게 너무 고맙고 우울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지금 상태에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창문을 보는데 눈물이 났고, 남편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모자동실 시간에 상큼이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찬양을 들려주는데 내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상큼이가 내 배에 있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조리원에서 쉬면서 티브이도 마음껏 보고 병원에서 못 잔 거 이제 자야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달랐다.

남편은 출근도 하고 나와 상큼이를 보러 조리원도 오고 집안일도 하고 남편도 많이 바빴다.(그래서 더 눈물이 났나..?)








나는, 신생아 상큼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야 왜 조리원천국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는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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