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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애기가 잔다.

by 맴맴

잔다.

애가 잔다.

그러다 좀 있으면 깨겠지.. 후다닥 기록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오늘이 월요일인지 주말인지를 헷갈려하고 있었고, 남편의 '고생했어요' 멘트가 귀에 왕왕 울리듯 와닿지 않는 시기가 왔다.

이상하게도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고 있는 상큼이를 안고 창문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래도 다행인 건 상큼이가 원망스럽거나 존재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그런데 내 몸이 스트레스가 쌓였던 건지 다시 전조증상이 찾아왔다.


뭐 이거 저거 걱정이 많았는데, 신경과 예약 때 물어보는 거로 생각을 정리했고 다행히 증상이 전조에서 끝났다. 새벽에 교대로 상큼이 수유를 담당했고, 그래도 상큼이는 점점 자는 시간대가 늘어가고 있었다.


정말 잠깐! 잠깐 편했다가, 요즘 들어 성장하려고 그러는지 새벽에 쪽잠을 잔다. 찡얼거림에 같이 깨다 보니 남편도 나도 병원 때부터 생긴 다크서클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내 몸은 어떻게 된 건지 붓기가 빠졌는데 체형이 좀 바뀐 거 같았다. 늘어난 뱃가죽이 더 이상 안 들어갔고 가슴은 무슨 배꼽에 닿을 정도로 쳐졌다. 내가 골반이 있는 편이었지만, 뭔가 더 옆으로 벌어졌고 실제로 임신하면서 벌어진다고 했다. 내가 그나마 허리는 그래도 잘록하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허리도 없어졌다. 아이 갖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었는데, 허리가 없었다.


신기한 내 몸.


아줌마 몸이 왜 비슷한 건지 알게 됐다.

출산을 하면 피할 수 없는 몸의 변화였다.

요즘 엄마들은 관리를 너무 잘해서 그 정신력이 부럽기도 했다.



남편이 이제 출근하니까 혼자 상큼이를 돌보다가 너무 힘들면 엄마에게 호출한다.

나는 늦둥이였다 보니, 엄마의 연세도 그만큼 많아졌다.

일을 안 하고 있는 나에게 육아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안타까움이 공존했고, 동시에 집에 놀러 오셨던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생각하게 됐다.


가까운 사람의 탄생을 봤는데, 이젠 가까운 사람의 이별을 봐야 할 때가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뭐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다. 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를 그때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하루하루가 감사할 수밖에 없는 건, 건강이 축복이라는 것과 내가 내일 숨 쉴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내일을 기다리는 내가, 당연히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상큼이를 마음껏 이뻐해 준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에, 내 마지막도 상상해보기도 한다. 내가 죽기 직전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된 천사가 내려와서 날 마중 나오는 건가 싶다가도, 그냥 뇌가 끝이면 검은 화면으로 바뀌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든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천국이 왔다 갔다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역시 믿음이 부족한가? 물음을 던져보기도 한다. 상큼이가 잘 때 주로 잡생각을 많이 하는데 내 마지막이 어떨까에 대해 상상회로를 돌린다.


상큼이가 나름 효자노릇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지만, 불안의 모습이 큰 나에겐 나중에 갈 군대와 누구랑 싸워서 다치고 다투고 이상한 애들이랑 섞이면 어떡하지 고민하기도 하고 생각하다가 벌써 며느리까지 상상하는 걸 보고 혼자 웃었다.



가까운 사람의 이별을 경험하게 될 때 난 어떤 반응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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