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벌써 100일이 되었는데 지금은 5개월을 달리고 있다.
뭐가 이리 시간이 빨라..
허리 쪽 디스크가 돌출되면서 시술은 싫고 더 아프기 싫어서 재활피티를 등록했고 덕분에 나는 한 시간 정도밖에 나가게 되었다.
밖에 나오는 게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귀찮다.
재활 후에 집 가기 전에 혼자 거리를 거닐어봤는데 심심했다. 막 자유부인 뭐 그러던데 와닿지 않았다.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집순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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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00일이 좀 지나서야 자유부인의 외침이 왜 생긴 건지 알게 되었다.
여태껏 멘털을 부여잡고 아이에게 화를 안 냈지만, 나도 100일 넘게 나와 아이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지쳤나 보다. 처음으로 화가 목구멍까지 나왔다. (대체 왜 우는 거니...)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하는 건
'애는 죄가 없다'
말도 못 하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유일한 소통은 울음인데, 신생아 때는 울음이 우렁차네~ 하면서 넘겼지만 이제 좀 큰 건지 짜증이라는 울음과 졸림의 울음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히려 배고픔의 울음을 헷갈려하는 나를 발견했다. 울음에 감정이 생겼지만 배고픈 건지 졸린 건지 어떤 것에 짜증이 난 건지 왜 우는 건지 못 맞추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는 더 운다...
때려 맞춰서 울음을 그치게 하면 방금 씻고 나온 몸이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는데, 24시간이 아쉬울 만큼 자고 일어나면 키가 커져있고 몸이 커져있다.
하루가 너무 긴데, 아이는 너무 빨리 큰다.
아쉬워서 영상과 사진으로 다 담고 있어도 활동이 많아지면서 폰이 어디에 있는지도 까먹는다.
뒤집기를 성공한 상큼이는, 이제 자면서도 놀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뒤집는다. 그리고 운다.
지치는 하루가 지나 상큼이가 자고 난 육퇴를 하면 그나마 찍었던 사진을 보는데 그러면 또 하루가 아쉽다.
참으로 웃긴 엄마의 모습이었다. 있을 때 잘해줘야 하는데 왜 꼭 잘 때 얼굴 더 볼 거를 후회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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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왔고 양가 가족들은 상큼이를 보고 싶어 했다.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조카까지.
좀 억울하긴 했다.
상큼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너무도 이해되지만, 외출을 자제하라던 소아과 선생님 말씀을 따르자니 가족들이 서운한티 내시고. 난 가족모임 한번 데리고 나갔다가 그다음 날 분유를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는 상큼이를 달래느라 진이 다 빠졌는데 가족들은 그냥 손주 보고 끝이다.
나의 힘듦을 얘기해도 그럼에도 데리고 나오길 바라신다. 새벽에 봐줄 것도 아니면서. 외출 후 뒷감당을 내가 다 하게 되다 보니(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상큼이는 자고 있다) 나대로 스트레스가 많았고 남편이 도와주지만 출퇴근 시간대가 결국 나 홀로 육아다.
지쳐 보이는 내가 딱했는지 아기 자는 시간대를 늦춰서 목욕은 남편이 시키기로 했다.(하지만 상큼이가 허락을 안 해줬음)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해 보면
난 참 못났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못난 나를 봤을 때 느껴지는 좌절감을 해소해 보려고 여러 가지 생각도 해본다.
..... 뭐였드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