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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지옥

뒤집기 됐어? 그럼 이제 되집기하자

by 맴맴

상큼이는 뒤집기를 성공했고 잘 때도 뒤집어서 운다고 적었었다.


불꽃머리 슛





남들이 뒤집기 지옥이라며 고통스러워하던데 그 지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상큼이는 눕혀놓으면 뒤집었다. 남아라 그런지 에너지가 충만충만했다.

언제 뒤집나 기다렸는데 막상 뒤집으니 당황스러웠다.


뒤집은 걸 되집으면 운다.

뒤집고 내버려 두어도 운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운다.

이번에도 때려 맞춰서 진정시키고 아이와 논다. ㅜㅜ


새벽에 깨는 날이 길어졌다. 상큼이가 잠결에도 뒤집고 울기 때문이다. (귀여운 건 뒤집고 울고 있는 뒤통수..) 그래도 신생아 때처럼 2시간마다 깨진 않았다. 휴

마치 본능처럼 혼자 뒤집는데, 우리 몸의 설계가 그런 건지 자면서도 갑자기 뒤집는 걸 목격했다.




뒤집기 이후에 상큼이의 호흡은 항상 흥분되어 있다. 좀 컸다고 여기저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에 관심을 보이고 이제는 손을 내밀어 사물을 잡으려고 한다. 옹알이는 더 다양해졌고 내가 말 시키면 ‘으어’라고 타이밍 맞춰 대답한다.(대답이라고 믿고 싶은 엄마 마음)

내 새끼라 그런가. 너무 귀여워 미치겠다. 뒤집기를 하다 보니 매트를 깔았고 이제 시도 때도 없이 뒤집고 토하는 걸 뒤처리하며 지낸다.


신생아 때부터 상큼이는 잘 게우는 편이 아니었기에 좀 게워도 젖병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뒤집기 이후부터는 허구한 날 게웠다. 그래서 곧 이유식인데도 급하게 배앓이 젖병을 새로 구매했고 그 젖병으로 먹으니 드디어 게움이 줄었다. (그래도 게우긴 함)


상큼이는 이제 슬슬 사람(?)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토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침냄새가 난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냄새가 나에게 안 느껴진다. 친정엄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엄마라서 그런가 보다고 말해줬다.


자식 콩깍지는 어마무시하네.

(나중에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면 응가냄새도 성인과 같아진다고 했다)



상큼이는 웃음소리도 바뀌었는데, 예전엔 배냇짓이었다가 미소 웃음 정도였는데 웃음에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제는 꺄르륵이 된다.

이게 하루하루의 변화다. 너어어무 빨리 커서 미칠 노릇이다. 요즘엔 정신없어서 기록도 잘 못 남기는데ㅠㅠ


상큼이는 큰 만큼 힘도 세졌다.

신생아 때 기저귀 갈이대에서 발차기했던 발의 강도는 이제 뒤로 ‘어이쿠’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내 배를 밀어버린다. 기저귀 갈이대 사이즈에 상큼이 키가 넘어가기 시작했고 곧 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원래 뒤집기 하면 처분한다고들 했는데 허리 아파서 아직 쓰고 있다...)


힘이 세져서 그 누가 안아도 버티고 목을 가누게 되면서 안겨있는 채로 도리도리를 한다.

하. 이쁜데 힘드네. 내 손목... 내 허리...


혼자 뒤집고서 엎드려있을 때 침을 줄줄 흘리고 같이 토도하고 나와 눈 마주쳐서 갑자기 웃다가 토 반복이다. 침받이가 선물 받은 거 3개가 있었는데 감당이 안돼서 급하게 10장을 더 샀다. 재밌는 건 하루에 다 쓸 때도 있다. ㅠㅠ


주변에 관심을 보이니 병풍도 보고 손으로 잡으려 하고 책을 읽어주면 책을 만져서 입으로 가져간다.



드디어 자는데, 그래도 아직 내 자장가가 먹혀서 다행이다. 상큼이와 첫겨울.. 감기, 독감 피해서 잘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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