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미음
이유식 시작이다.
나는 이유식을 정말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요리가 약하기도 했고 이유식은 신경 쓸게 분유보다 많아서였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이유식 시기... 난 뭐 돌? 쯤에 먹는 줄 알았다.(과거에 정말 아기에게 관심이 없던 거 티 냄)
남편이 요알못인 나를 위해 이유식 밀키트를 먼저 알아놔서 첫 시도를 부담 없이 해보기로 했다. 이유식에 필요한 도구를 구매하고 마지막으로 밀키트를 주문했다. (세상이 참 많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나를 아날로그로 키우셨을 부모님께 박수를...)
밀키트로 다음날 먹일 이유식을 만들었고 이젠 진짜 먹여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이유식...
내가 요리를 잘했더라면... 좋아했더라면...
혼자 별생각을 다하며 상큼이를 하이체어에 앉혔다.
이유식 온도를 체크했고 먹어도 되는 온도다! 커뮤에선 처음 먹는 맛이라 잘 안 먹는다며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봤다. 그래서 상큼이도 잘 안 먹겠거니 예상하고,
‘욤뇸뇸 욤뇸뇸 아이 맛있다~’
숟가락을 입에 가짜로 넣는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상큼이에게 숟가락을 입에 줬는데, 오잉...?
너무 잘 먹는다.
‘챱챱 챱챱’
상큼이는 미음이 맛있나 보다. 내가 커뮤에 또 홀렸구나. 상큼이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흘리는 것도 별로 없이 거진 다 삼켰다. 너무 잘 먹어서 남편도 나도 당황했다. 이렇게 첫 이유식의 긴장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상큼아, 정말 고마워. 네가 이렇게 잘 먹으면, 나중에 엄마가 요리해 줘야 할거 같잖아!
.... 요리 잘해볼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