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외부에서의 육아
남편이 롯데호텔을 예약했다.
덕분에 난 롯데리조트를 처음 가봤다.(고마워 여보..)
남편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그 덕을 많이 봤다. 신혼여행을 남편 가이드로 유럽을 다녀왔고, 신혼때 여기저기 해외를 갔다. 해외여행을 안 했으면 몰랐을뻔한 내 여행 스타일은 관광파였다. 남편도 관광파여서 이곳저곳 둘이서 신나게 문화체험을 했다. (쉬는 것도 좋아함)
이번에 여행이 잡히면서 남편은 전날에 미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내가 육아를 볼 때 남편은 야금야금 짐을 싸고 있었다. 내 핑계였지만 오히려 남편이 많이 가고 싶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예전에 나에게 여행 가기 전날이 제일 설렌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상큼이 짐이 제일 많았고 이유식과 분유도 챙겨야 했다. 돌발상황을 대비해 이것저것 더 싸게 되면서 짐이 더 많아졌다. 잘 갈 수 있을까 무서워서 상큼이를 재우면서 폭풍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럴 때만 신을 찾는 느낌에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다음날 우리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드디어 출발했다. 상큼이는 아직 어려서 장시간 카시트는 좋지 않다고 했기에 휴게소마다 들르기로 하고 가는 길 시간계산과 상큼이의 밥시간을 체크했다.
그저 차가 안 막히길 바랐다.
휴게소마다 수유실이 있었고 상큼이는 어쩌다 보니 자기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쌍둥이, 여아, 남아 등등 서로 신기했는지 상큼이를 보고 상큼이도 그 아이를 봤다. 그럼 어른들이 대신 말해준다.
‘안녕~’
‘안녕~’
이유식을 먹이는데, 미음을 먹이다가 갑자기 고기가 등장했는데 상큼이가 고기(소고기)를 못 삼켰다.
검색을 해보니 입자가 없다가 생기면 구역질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처음엔 갈아서 줘야 한다는 글을 봤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밀키트 그대로 줘버렸다ㅠ 닭고기는 괜찮겠지 싶었는데(가는 길에 가져간 이유식은 닭고기였다) 역시나 미음은 쭉쭉 먹는데 고기는 못 먹었다. 정말 미안했다... (망할 엄마)
외부에서 이유식을 먹이는 건 처음이었는데 못 먹는 것도 아닌데 고기 때문에 제대로 밥을 못 먹었다. 칭얼대기 시작해서 그만 먹이고 다음 휴게소로 갔다.
가는 길에 갑자기 상큼이가 울기 시작했다. 터널이 길어서 그런 건지 졸려서 그런 건지 배고파서 그런 건지 여하튼 울었다. 안아주는 게 직빵인데 카시트에 있는 상큼이를 어찌할 수 없었다. 이러다 진이 다 빠질 거 같았고 마지막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남편과 나는 녹초가 되었다.
그렇게 이동해서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난 기분이 이상했다.
숙소에 들어갔는데 커튼을 여니 바로 바다가 보인다.
와- 시원해.
잠시 셋이서 멍하니 바다를 봤다.
남편이 잠시 산책을 나가자고 해서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바다의 파도와 물결을 보는데 무슨 기분일까. 묘했다. 그리고 지쳐있다 보니 집에 얼른 가고 싶었다. 그래도 셋이서 첫 여행이다 보니 바다 앞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고 상큼이는 서서히 볼과 코가 빨개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지막 사진을 찍고 숙소로 가는데 그새 상큼이가 잠들어버렸다.
그. 러. 나
우리는 잠든 상큼이를 안고 ‘인생네컷’도 찍었다.
외출을 했으니 우리는 상큼이를 씻기려고 했다. 그러다가 물온도를 잘못해서 상큼이가 뜨거웠는지 엄청 울기 시작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상큼이를 안아버렸고 내 옷은 다 젖게 되었다. 물온도 못 맞춘 사람이 바로 나였기에 더 당황하고 미안했다. 상큼이 등은 벌게졌고 세면대에 급하게 씻겼다. 남편도 나도 멘털이 나가버렸다. 결국 둘 다 예민해져서 다툼이 일어날뻔했는데 상큼이 앞에서 싸우기 싫어서 남편에게 저녁을 사러 나가라고 했다.
난 지금 위험하니까! 나를 향한 분노를 남편에게 쏟을 순 없다! 남편은 급하게 저녁을 사러 나갔고 나는 상큼이를 달래며 재우려고 했다. (상큼이는 매우 졸려 보였다)
그러나
안 잠.
결국 마지막 수유시간이 돼서 수유를 했고 남편이 왔다. 요즘 상큼이는 엄마껌딱지 시기가 왔기 때문인지 내가 안으면 안 우는데 남편이 안으면 울었다. 재밌는 건 남편이 상큼이를 더 잘 재운다. 이번에도 남편이 상큼이를 재웠고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남편이 게를 사 왔다...!
홍게... 게...!!!
남편이 살을 발라줬고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리고 쏘스위트한 남편은 오늘 내내 커피를 사면 다 맛이 없어서 속상했던 것을 기억해서 오는 길에 커피도 사 왔다. 존맛탱.
남편이 짐 싸느라, 운전하느라, 내 눈치 보느라 고생했을 텐데 너무 고마웠다.
상큼이가 자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탠드 하나만 남겨놓고 불을 다 껐고 어둠 속에서 홍게를 발라먹으며 대화도 속닥속닥... 하며 저녁을 먹었다. (깨지 말아 줘 상큼아)
올 때는 정말 저어어엉말 힘들어서 집에 빨리 가고 싶었는데 저녁을 먹으니 막상 내일 간다니까 아쉬웠다.
웃긴 나.
상큼이는 벌써부터 코를 골며 자고 있다.
-
새벽에 상큼이가 울었다. 대여한 아기침대가 불편했는지 쪽쪽이로도 진정이 안 됐다. 나는 상큼이를 침대로 옮겨서 셋이서 같이 잤다. 그러나, 상큼이는 침대에서도 깼고 결국 우리 세명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하하
첫 여행을 일박이일로 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집이 최고지 뭐-^^...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