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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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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Nov 02. 2015

헤어졌다며?

하나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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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고발



아주 오랜만에 만난 그가 나에게 건넨다고 한 한마디는,

'헤어졌다며?'

친하지도 않고 내 속사정을 알지도 않은 그에게 나는 그 짧은 순간에 밀려오는 복잡한 감정을 그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눌러야 했다. 이젠 오래된 얘기냐며 웃으며 물었고 순간 내 얘기를 풀어봤자 얼마나 귀기울여줄까 덜컥 겁이 났다. 내 말에 살이 붙는 건 아닌지 그 짧은 시간에 무서움이 다가왔다. 그래서 오래된 거라 말을 흐렸고 그러는 게 최선의 순발력이었다. 생각과 반대로 웃어 보이는 나에게 그는 얼굴이 좋아졌다며 서슴없이 장난을 쳤고 왠지 삼연타를 맞은 기분이 드는 나는 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말하고 싶은 충동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웃고 다니면, 과연 좋아진 건가?



그래, 나 헤어졌다.


한 공동체에서 만나 헤어진다는 게 정말 속상하 다는걸(속상하다 말하고 짜증이라 읽는다) 깨달았고 이제 시간이 흘렀으니 '아물었겠다'고 생각한 부위가 덧남을 느껴버린 순간이었다.

결국 화장실 가서 질질 짰다.


안 그래도 찌질했는데 난 여전히 찌질했다.




'벌써 일 년'


일년쯤되면 훌훌 털고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이제 완전히 잊었다거나, 많은 경험담들이 내 귀를 지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정말 배려라는 단어가 어디 있나 찾아볼 정도였고, 사람이라는 이유가 포기라는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어차피 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라 불릴 거라 생각되니 마음이 서글펐다. 그래서 모든 게 내 탓이라 돌려놨더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대신 나는 나를 더 미워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내 경험들이, 생각들이 아직 어리다며,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 성인처럼 얘기했다.

마치,

다 알고 다 경험했다는 듯이.


계속해서 알게 되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나의 무능력함에 쩔쩔매고 분노 삭이며

이제 겨우 아물었다고 생각한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은 안부,

나의 헤어짐.

지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당장 달려가 그들에게 따지고 묻고 싶은 충동이 수십, 수천번 있었으나 모든 행동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여러 가지 의미로 두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속은 타들어가고 썩어가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혹은 알면서도 그 와중에 기름 붓는 친절한 이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의 안부는

아직, 괜찮지 않나 보다.

친절하게 말해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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