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닥타닥 제주에서 2주 차
태풍이 지나갔음에도 바람, 바람, 바람이 몹시도 불었다.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사이에 끼어버린 날, 제주에는 바람이 무섭게 불고 파도가 사납게 쳤다. 당초 계획했던 제주 올레 12코스의 해안길 구간에 도착했다가, 방파제를 넘어 올레길을 덮치는 파도에 기겁하며 돌아섰다. 덕분에 12코스의 또 다른 구간인, '생이기정 바당길'을 가게 되었다.
'생이'는 '새', '기정'은 '벼랑', '바당'은 '바다', '생이기정 바당길'이란, '새가 살고 있는 절벽 바닷길'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참말이었다. 이 날, 우리는 생이기정 바당길에서 연신 대박! 이란 단어를 외쳤다.
그것을 처음 발견한 건 그였다. 내가 바위틈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어!! 하는 그의 외마디 외침이 들렸다.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었을 때,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와 내 오른쪽 머리 위로 지나갔다.
매가 까치를 공중에서 낚아채 잡아가고 있었다. 까치는 괴성을 질러댔다. 매는 아랑곳하지 않고 까치를 움켜쥔 채 해안가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우리는 한동안 멍하니 말이 없었다. 다음은 대박! 대박! 이란 말만 연신 튀어나왔다. 귀한 장면을 이토록 생생하게 눈앞에서 보다니! 뒤늦게 서둘러 카메라를 켰지만, 언제나 그렇듯 휴대전화 카메라는 자연을 담기에 택도 없었다.
제주는 역시, 제주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2007년 여름, 외돌개(서귀포시/ 제주도 남쪽에 있는 관광지) 옆 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던 중, 남방돌고래 떼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다급하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몇 개가 겨우 카메라에 찍혔다. 그조차도 너무 멀리 찍혀서, 사진을 확대해놓고 보니 저것이 무엇인가 싶을 형체였다. 돌고래 등지느러미가 찍힌 부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본 지인들은 믿지 않았다. 야생 돌고래 떼를 보았단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사진 속 형체가 돌고래라고 믿기 어려웠는지, 거짓말하지 말라는 댓글이 돌아왔다.
평소보다 30분 더 일찍, 5시 반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일찍 나간 산책은 진귀한 광경을 허락했다.
제주 바다에서 생각지 못한 야생 남방돌고래 떼를 만났다. 50미터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거리에서 돌고래들이 헤엄쳐 간다. 이번에는 동영상을 찍었다. 오예!
돌고래 떼를 본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야생 돌고래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
그런 게 어디 있겠나? 그럼에도 그의 기대에 찬 목소리가 재미있어, "그런가?"라고 대답했다.
"제주에 10일 정도는 있어야 돌고래를 보는구나."
그런 게 어디 있겠나, 그냥 운 좋으면 보는 거지. 흐흐흐.
이 정도면, 제주에서 우리만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귀한 장면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만큼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내일의 제주를 기대한다.
제주가 우리에게 허락해 줄 것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