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이 귀한 걸 포기해?

<자의적 퇴직공무원> 9.

by 이막내작가

2005년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이 만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란 영화에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대사가 나온다.

* 원작: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이 1964년 발표한 소설 「초콜릿 공장의 비밀」

* 스포일러 있음.


웡카 초콜릿 공장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초콜릿 회사다. 어느 날 공장의 주인이자, 초콜릿을 발명한 윌리 웡카 씨가 다섯 명의 어린이를 공장에 초대하겠다고 발표한다. 다섯 장의 황금빛 초대장이 각각 웡카 초콜릿 포장지 안에 숨겨져 세계 각지로 뿌려졌다. 초대장은 큰 이슈가 되었고, 초대장이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뉴스속보가 났다. 부유한 사람들은 초대장을 손에 쥐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웡카 초콜릿을 사들였다. 4장의 초대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지막 남은 한 장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어린 찰리가 그 주인공이 된다.

찰리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아빠, 이렇게 6명의 어른과 함께 살았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양배추 수프로 온 가족이 허기를 달랬고, 웡카 초콜릿은 1년에 단 한 번 생일날이 되어서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찰리가 우연히 황금빛 초대장을 손에 쥐게 된다. 기자들이 찰리네 집으로 찾아오고, 여기저기서 초대장을 거액에 사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찰리에게 웡카 초콜릿 공장 견학은 꿈같은 일이었지만, 초대장을 팔면 온 식구들이 배를 굶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식구들을 위해 초대장을 다른 사람에게 팔려는 찰리에게 할아버지 '조'가 이렇게 말한다.

"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이 귀한 걸 포기해?"


조 할아버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 나는 화면을 정지시켰다.

'돈이 흔하다고?! 세상에 그럴 리가!!'

돈은 삶에서 꼭 필요한 것, 고마운 것이지, 결코 흔한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같은 돈이 달라 보인 적은 있다.

퇴직을 하기 전에는 내 월급이 풍족하다고 여겨 보지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무너지거나, 한 달을 꾸역꾸역 일하고서 받은 돈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사라지곤 했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세금과 보험료를 포함한 각종 공과금과 자동차 유지비가 나가고, 종종 경조사비가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약간의 물욕을 충족시키면 금세 바닥이 났다. 지갑 안의 신용카드가 비서처럼 돈을 알아서 미리 지불했고, 월급은 말 그대로 통장을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고,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태도를 바꾸는지... 요즘에는 예전의 월급을 생각하면, 왜 그 큰돈을 벌면서 저축을 하지 못했을까? 진심으로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월급의 1/3 가량의 금액을 생활비로 쓰는 지금, 나는 오히려 그때보다 풍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돈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몸이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커지는 세상 같았다. 동일한 금액의 돈이 상황에 따라 크게 보이기도 작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당장 눈앞의 한 끼를 먹느냐, 굶느냐 생계의 문제 앞에서 조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영화니까 가능한 대사였겠지!'


영화의 결말은 해피앤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중간 스토리는 통째로 생략) 찰리는 윌리 웡카에게 초콜릿 공장을 물려받는다. 몇 백 달러에 초대장을 팔 수도 있었지만, 초콜릿 공장 견학을 선택한 결과였다. 당장 눈앞의 돈을 좇았더라면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고, 어마어마한 부도 따라왔다. 그래서 조 할아버지의 말처럼 돈보다 귀한 기회가 맞았고, 그 귀한 것에 비하면 돈은 흔한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영화의 결말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조 할아버지의 대사가 주는 느낌도 달랐을까?


인생에서는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멋진 대사가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이 더 좋은 결과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결과가 궁금해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다, 가끔 엉뚱한 곳을 찾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20대 초반에 나는 사주를 본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찾아간 곳은 사주풀이를 잘한다고 소문이 난 곳이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게는 관운이 없어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에, 뭔가 억울했다. 따져 물었다.

"왜요? 제가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거란 말인가요, 아니면 죽어라 해도 안 된다는 말인가요?"

잠시 후, 부정적인 의미에 비웃음마저 섞인 듯한 뉘앙스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 한 번 죽어라 해봐."

사주풀이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사주쟁이는 내게 악담 같은 사주풀이를 해주었고,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시험에 합격했다.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죽어라 했다는 기억은 없다. 단지, 한 번의 좌절을 겪고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사주라면 콧방귀를 뀐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풀이할지도 모르겠다. '거 봐, 결국 일찍 퇴직했잖아. 관운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렇게 따지자면, 공직에 몸담고 있던 10년이 넘는 시간을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삶에서 10년이란 시간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짧은가? 그렇게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결과만 놓고 따지자면, 모든 사주풀이와 점쟁이들은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죽을 거야. 그냥 마음대로 살다가 가."

모든 삶의 궁극적인 결과는 육체의 죽음이니까.


다시 영화로 돌아간다.

찰리가 초대장의 주인공이 되기 전, 생일 선물로 받은 웡카 초콜릿 하나를 앞에 두고 온 가족이 모였다. 초대장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모두가 흥분해 있을 때, 조 할아버지가 말한다.

"얘야, 만약 포장지 밑에 네가 찾는 것이 없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렴."

찰리의 다른 가족들도 말한다.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에겐 아직 초콜릿 바가 남아있다는 것이란다."

"웡카의 멋지고 굉장한 초콜릿! 정말 최고지!"

"황금빛 초대장에 대해선 잊고 초콜릿을 즐기자꾸나."

그리고 실제로 초콜릿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을 때, 조 할아버지는 초콜릿을 가리키며 말한다.

"자~ 좋아! 이게 바로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었잖니."


나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영화의 한 장면을 채우듯,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의 초콜릿 포장지를 벗겼고, 결과는 꽝이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손에 놓인 초콜릿을 즐기는 일이다. 또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또 다른 초콜릿 포장지를 벗기면 되는 것이라고, 조 할아버지가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삶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그 귀한 걸 포기하다니! 하며 안타까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의 삶이 돈보다 더 귀한 것을 얻는 삶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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