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퇴직공무원> 18.
꽃밭을 만들고 싶었다.
마음처럼 꽃이 피어나지 않았지만,
다시 씨앗을 심었다.
다시. 다시. 다시.
그러다 새삼 깨달았다.
나는 꽃밭 만들기보다,
모래성 쌓기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잘하는 일을 하니,
성취감이 생기고 돈도 생겼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쌓아놓은 모래성은,
결국 파도가 쓸고 가버릴 거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모래성을 쌓다 말고,
자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들여다본다.
물을 준다.
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정말이면 좋겠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