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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Nov 20. 2022

<너의결혼식>, 사랑스러운 배우 박보영

서사를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힘, 바로 사랑스러움


박보영 배우만큼 사랑스럽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


내가 그를 처음 발견한 건 <비밀의 교정>(EBS,2006 )이었다. 작중 양갈래머리에 유치원생에게나 어울릴법한 왕방울 고무줄, 쫄래쫄래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찐드기처럼 붙던 차아랑은 씬스틸러였다. 드라마 내용을 모르더라도 저 애는 뭐야? 눈길이 갔다. 당시 그는 화려하지도 눈에 띄게 예쁘지도 않은, 주인공 감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을 떠오르게 만드는, 자신을 각인시키는 힘이 있는 배우다.


우리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특정 감독, 작가, 배우들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의 스타일을 감지하고 익힌다. 어느 순간 네이밍만으로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예감하고, 이 예감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위해, 그렇지만 결국은 대중이 그에게서 원하는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이들은 충실히 애쓰고 노력한다.


배우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배우는 다작을 할수록 아우라의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의 수가  읽힐수록 그의 매력은 닳아버린다. 그래서 매번 한 작품 한 작품을 고르는 것이 어려우며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은 시간이 지나고 작품을 할수록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보는게 신비롭게 여겨질 때가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한  바구니에서 박보영이란 배우에게 특히 사랑스러움을 찾을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


박보영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 중 서사가 대단히 우수했던 건 극히 드물다. 특히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했던 <과속스캔들>(2008)은 이야기만으로 그정도의 관객을 불러올 수 있었다는게 지금도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박보영 배우의 사랑스러움의 바탕은 무엇일까 ?

나의 주관으로는 '깨끗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꾸미지 않는다. 동시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장면을 장악한다. 온갖 저열함과 B급 코미디로 조악함을 참을 수 없는 장면에서도 그는 함께 흔들리고 묻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잡는다. 유연함과 올곧음을 동시에 가진 배우다.


<너의 결혼식>(2018)을 보았다. <과속스캔들> 이후 10년이 지난 후 개봉한 이 작품에서 그는 여전하면서도

늘 궁금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참 얄미울 수 있는 환승희를 사랑스럽게, 기구하지도 뻔하지도 않은

신선한 캐릭터로 승화한다. 그는 배우 박보영이면서도 결국 환승희다.


이 영화에서 환승희(박보영 분)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알면서도 세 번 이상 남주 우연(김영광 분)에게 이별의 상처를 준다. 영화는 낮은 수준의 성적인 농담, 고루한 에피소드들로 이들의 만남과 사랑을 담는다.

그럼에도 결국 배우의 사랑스러움으로 2005년과 2018년을 오가는 10대에서 30대 한 연인의 성숙을 그리는 데 기어이 성공한다.


우리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때가 아닐까 ?

놀이동산에 갔는데 줄이 길어 10시간 동안 놀이기구를 고작 2개 밖에 못 타고, 값비싼 음식점에 웨이팅을 감수하고 갔는데  맛이 없는 그때, 같이 간 사람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연인, 혹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이라면? 손해보다 중요한 건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유 없이 미움받기도 하지만 어쩌다 아주 한 번씩 이유 없이 사랑받기도 한다.


이유 없는 사랑스러움,

그 하나로 서사를 이해하게 하고 

다시 한 번 사랑하는 힘을 얻게 하는 것.

사랑이란 놀라운 안경

러블리, 뽀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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