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증오는 그리움과 닮아있다는 대사가 오래 남는다.
드라마는 동은이 연진에게 보이는 감정과 태도가 단순한 분노와 미움으로 그치지 않게 그려낸다.
미워하는 힘으로 버텨온 동은, 동은은 행복과 사랑에 대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수치스러운 춤을 추게 한 그 시간을 처절하게 떠올리며, 망나니 춤을 출 그날만을 생각한다.
삶의 모든 순간이 박연진이란 괴물로 온통 가득하다.
보통의 경우 끔찍하고 처절한 기억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동은은 그 반대다.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바친다.
이는 동은의 용기이자 품격이다. 악한 존재들이 판을 치고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짓밟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온 힘으로 구원을 꿈꾼다. 그의 구원의 결과는 신의 천벌을 받게 되리라는 걸 감수하며.
미워하는 힘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일인데
그 힘으로 독하게 공부하고, 일하고, 누군가의 파멸을
꿈꾼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웃지 않는 동은은 안쓰러움을 넘어서 어떠한 경지에 오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했던 순간들 중
어떤 날들은 미워하기가 귀찮아서, 미워하고 정색하고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워서 그랬던 적도 있었다.
미움에 책임을 지지 않았던 순간은 결국 이상한 방식으로 관계가 틀어지거나 무너졌던 순간도 있었다.
동은의 모든 말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동은은 자신이 가진 기억과 감정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지고 회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어줍잖고 같잖은 희미한 사랑이 아니라
아주아주 단단한 껍질들을 인정하고 가지고 있어야
모든 것들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