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먼지잼 Jan 01. 2022

새해라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2022년!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새해라고 해서 딱히 달라질 건 없다. 하지만 1이라는 숫자에는 왠지 모를 강박이 느껴진다. 완벽해야 할 것 같은 숫자다. 첫 단추, 첫 발, 첫 스타트. 이제 여러 개의 단추를 끼워내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발걸음을 쌓아버린 어른이에게는 그저 부담스럽다. 다음을 잘 쌓으려면, 다음이 완전하기보다는 기초가 완전해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강박을 벗어던지기 위해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응?) 


새로운 해라고 생각하는 건 사람이지, 사실 해는 그런 의식도 없을 거다. 나는 매일과 다름없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왜들 유난이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존중하기로 했다. 어제와 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새로운 결심도 지나고 나면 묵은 결심이 되어버릴 테니, 그런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일상을 누렸다. 


자정이 넘어가는 순간, 카운트를 세며 조카와 함께 온라인으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야식을 요구하는 이모와 언니를 위해 짜장 떡볶이를 만들었다. 잠들지 않고 우다다 하는 내 고양이를 위해 낚싯대를 드리워주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들었다.


눈을 뜬 뒤에는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을 했다. 지인들에게 구태의연한 스팸성 문자를 돌렸다. 시즌성 문구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나지만, 올해에는 왠지 그러고 싶었다. 작년, 과감한 가지치기를 통해 남아있는 지인이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중하다고, 이렇게 모난 내 곁을 변함없이, 무탈하게 지켜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까지는 말하지 못했고 그냥 스팸 인척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로 많은 복이 당신에게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정초에 누구나 하는 일을 했다. 새로 산 일기의 세 번째 페이지를 꾸몄다.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올해의 결심을 세가지만 적어보았다.


1.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지기
2. 지치지 않는 관계 만들기
3. 지속 가능한 즐거움 찾기

세 가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가지로 통하는 것 같다. 끝까지 가는 것. 완주해내는 것. 행복도, 관계도,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소소한 취미까지도. 그리고 제발, 낭비하고 소비하고, 애써 들이부으면서 행복하다고 애쓰지 않기를.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나를 위해, 내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조그맣게 빌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새해에는 왠지 이런 마음이 지속될 것만 같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있다는 거짓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