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랑일 수 없었던 당신과 공유했던 마지막 감정
당신도 그날, 텅 빈 바람 소리를 들었나요
당신에게도 들리던가요
휘휘, 팔을 공허하게 내어 젓던 허탈한 소리
당신도 그날, 얼음이 비명을 지르며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나요
당신에게도 닿았나요
그 차갑고 뾰족한 낯선 듯 익숙한 그 모서리
삐죽 튀어나온 것이 꼭 온몸에 박힌 내 가시만 같았죠
그래서일 거에요
나는 당신이라면 내 마음 기꺼이 읽어주리라 기대했던거죠
내가 들었던 바람소리가
내가 찔렸던 얼음파편의 이름이
고독이라는 것을 몰랐거든요
그 고독이 당신에게도 있어,
당신의 눈빛이 파란 하늘 속에서도 그늘진 구름을 찾아내고
퍼붓는 빗속에서도 물 한방울 흘리지 못하는
황폐한 사막이 있다는 걸
나는 몰랐어요
내 고독만 아파서
내 고독만 슬퍼서
어쩌면 당신도 내게서 허무를 읽고 돌아섰죠
그 무엇도 담아내지 못하는,
내 빈 껍데기를 보고는 실망하고 돌아섰죠
당신의 쉴 곳이 되어주지 못할 걸 아시고는,
그리 침묵 속에 사라지셨던 거겠죠
당신의 침묵 속에 나는 원망하다가 분노하다가 이내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에게 묻은 고독을
그 고독을 어찌할 바를 몰라 가라앉는 뒷모습을
이해하고 손을 놓아주는 것으로
내 마지막 사랑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