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a Land 2016
! 스포주의 !
현실주의자들의 낭만
감독 | 데이미언 셔젤
각본 | 데이미언 셔젤
제작 | 프레드 버거, 조던 호로위츠, 게리 길버트, 마크 플랫
출연 |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존 레전드, 로즈메리 디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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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처음 이 영화를 보았다. 보다가 그냥 꺼버린 영화는 난생처음이었다.
중학생의 나는 갑자기 새로운 사랑에 빠져 환승하는 여자를 참을 수 없었다.
두 남녀가 별이 가득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중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이었던 터라, 뮤지컬 장르를 선호하지 않던 터라
그 중학생은 그저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이었다. 회식이 끝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와 귀갓길이 겹쳤다.
어색한 분위기 속 이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질문들을 몇 개 던졌다.
"인생영화가 뭔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이 영화의 제목을 말했다.
더군다나 이유가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서요." 라니.
사랑에 굉장히 무관심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본인의 인생영화로 주저 없이 로맨스 영화를 고르다니.
그날 밤, 편의점에 들러 네 캔에 만 삼천 원하는 코젤 흑맥주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두고 곧바로 씻었다.
조금은 차가워진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영화를 재생했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 처음부터 등장하던 터라 편안하게, 조금은 익숙하게 시작했다.
중간중간 깔끔한 연출과 다채로운 색깔에 감탄했다. 눈이 즐거웠다.
익숙한 음악들도 영화로서 들으니 조금은 새롭게 다가왔다. 귀도 즐거웠다.
그렇게 점차 나는 문제의 '그'장면들에 다가가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 조금은 어른이 된 나는 '그'장면들을 보고도 노트북을 끄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은 인정하기도, 용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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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순간에 시작된다. 불가항력적이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그러곤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어쩔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휘몰아치는 사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랑뿐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아낌없이 사랑한다.
현실적인 것들이 우리를 막아서면 그걸 이겨내고자 한다.
나를 희생하며 우리를 지켜내고자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이라고 혼자 착각하기도 한다.
진정 '나'이기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한다.
절대 놓을 수 없을 것 같던 것들을 잠시 내려두기도 한다.
세상에 조금 무릎을 꿇기도 한다. 스스로 타협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름 난 노력해서 정말 열심히 달려왔는데 우린 어디에 있는 걸까.
어느새 '우리'이기보다는 '너'와 '내'가 된 것 같다.
너는 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알지만 인정하기 싫은 지금의 '나'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위한 거라고, 우리를 위한 거라고 말한다.
화가 난다. 울분이 난다. 너 때문이 아니라 이 '상황' 때문에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 너도 나를 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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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이 있다.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이.
당신이 너무나도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런 때가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때가.
그때 당신은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우리는 없다.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당신은 나에게 귀인입니다.
결국 나는 꿈을 이루었고 당신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것만 같아요.
당신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 그리고 사랑. 그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당신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도 하고요.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 준 그 마음.
나조차도 희망을 버렸을 때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 집념.
당신의 사랑에 너무나도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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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너무 막혀서 그냥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남편과 저녁을 먹고선 차에 타려고 했어요.
그때 노랫소리가 저희의 발걸음을 이끌었어요.
계단을 내려가니 너무나도 익숙한 간판에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쳐다봤어요.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아 향한 두 눈에 그대가 한가득 담겨요.
이윽고 저를 발견한 당신도 이 엄청난 우연에 잠시 굳어버리고 마네요.
그 짧은 순간 당신의 무수한 고민 끝에 노래가 시작되네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잠시 꿈에 빠져듭니다.
꿈속에서의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요.
마치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만약에 그때 당신이 거기에 나타났더라면
만약에 당신이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더라면
만약에 당신이 나와 같이 파리로 떠났더라면
만약에 당신과 너무나도 자연스레 우리의 오늘을 보냈더라면
만약에 당신과 내가 계속 함께였더라면
당신의 연주가 멈추자마자 저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덕분에 잠시 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어요.
고마워요. 잘 지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