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
끊어내도 끊어낼 수 없는 인과응보, 마치 흘러들어 가듯 인간사 속에 스며들고. 신뢰의 여부는 남겨놓은 채 세상의 어둠을 밀어내는 힘으로. 그 힘은 암암리에 존재하는 것만 같이 행해지니. 논할 수 없는 오묘한 일들의 모순은 퍼즐처럼 끼어 맞춰지고 있었다.
2000년 움직이는 일상 속에 저마다 꿈을 꾸는 사람들. 그 꿈은 높은 하늘만큼 드높고 나무의 곁가지처럼 뻗어나간다. 그중 올해 20세가 되는 박선경.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진한 이목구비에 다부진 체격, 까무잡잡한 얼굴과 건강한 사고력을 가진 그녀는, 아버지가 군 생활을 오랫동안 하는 것을 봐왔기에 늘 여군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어릴 적, 누가 꿈을 물으면 항상 "군인이요!" 하고 거침없이 말하던 그녀. 20살이 되던 그해 허울만 생각하는 대학 진학을 꿈꾸는 것보다 군인이 되기로 결정하고 군에 지원했더랬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데. 체력을 비롯 필기, 면접은 당연하다는 듯이 패스한 합격 소식. 선경은 기뻐하며 입대하고 훈련을 거듭한 끝에 한 부대에 하사로 임관하게 되었다.
그녀가 임관한 곳은 팔왕도로 산새가 기울어져 도시와는 다른 자연의 색다른 어우러짐이 있는 곳이었다. 햇살을 타고 흐르는 악기 같은 맑은 새소리. 그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력을 기르며 제법 군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런데, 여군 하사로 군에서 소임을 다하는 그녀를 소대장이란 사람이 유난히 특별하게 보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김현우로 나이는 30살이고 생김새는 날카로운 눈빛과 콧대가 그의 성격을 말하듯 예민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선경만 보면 눈빛을 번뜩이며 음흉한 미소를 띠는데. 선경은 그의 시선이 여간 걸리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괜스레 개인적 군 생활 보고를 자주 시켰으며 친절을 가장해 원치 않은 배려를 베풀었기에. 그건 한 번씩 가지는 군 회식 때 더욱 두드러졌다.
"박선경 하사 내 술 한잔 받아! 다 마셔야 돼, 남기면 안 돼~" 현우는 야릇한 눈길을 그녀에게 보내며 관심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선경은 상관이라 거절할 수가 없어 술잔을 받아 들이키곤 했는데. 들이키니 술이 약한 탓에 곧 현기증을 느꼈지만 단체 군 회식인 만큼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이런 모습을 매력으로 므흣하게 바라보는 김현우. 그는 선경의 모든 것이 자신을 홀리는 것처럼 여기는데. 그건 유혹의 날갯짓으로 마치 도취된 것도 같은 것이었다.
다음날, 현우는 또 그녀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집무실은 그의 공간으로 사실상 문을 닫으면 어느 누구도 그 안의 일을 알 수가 없었다. 선경은 왠지 불편해하는 내심을 안고, 그의 집무실로 가 그의 앞에 서 있었는데. 서 있는 동안 심적 동요로 계급이 있는 군대라는 처지가 숨 막혀 얼굴이 새하얗다.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괜찮아? 어제 과음한 거 같은데" 하며 불현듯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선경은 기겁하듯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행동을 멈추시길 바랍니다!" 쫓기듯 말하는 선경. 하지만 그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그녀에게 스스럼없이 더 한발 자욱 다가간다. 선경은 그런 김현우의 행동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그러자 대담해진 그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려 제스처를 취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선경, 말을 더듬고.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와 함께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고도 끽해봤자 군인이기 전 한 여자이기에. 자신을 좋아하면서 싫은척한다고 그는 여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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