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미로에 갇힌 쥐. 고양이 그림자가 비치니 기겁하며 구석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이미 실체가 확실한 가는 전혀 의미가 없이. 이미 쥐의 머릿속은 고양이가 확실했기에. 그렇게 공포와 두려움에 감긴 쥐. 그러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느끼면, 구석으로 몰려 스스로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는 온몸에 분사되어 몸은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결국 머리가 산산조각 나며 쥐는 죽음에 이른다.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그저 고양이 그림자임에도 불구하고.
1980년 대학 졸업을 하고 6개월의 구직생활 끝에 '프라리'에 입사한 27살 마경식.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긴 그는 자신을 위장하며. 억지 미소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천적들의 비위를 맞추고, 성공이 목표라면 그렇게 계산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3개월 차 경식은 그 생각을 하면 어깨가 저절로 올라가고 완벽히 직장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다르지 않은 어느 하루, 오늘은 일을 맡은 협력사의 착오로 회사의 자료가 헝클어졌으니. 대표의 내장된 화는 직원들에게 뿜어져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렇다 보니 박 부장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한 사람을 지목해야만 했으니. 은근슬쩍 누가 만만한지 주위를 둘러보는 박 부장. 그때 막 들어와 업무 배정을 맡고 있는 신입 경식이 눈에 들어오고,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되도록 빨리 일을 정리하라고 시킨다. 경식은 돌발 상황, 회사 임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는 막내였고, 역시나 직장 적응을 위해서 야근을 해서라도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에이 제기랄, 늘 나만" 하고 투덜대며 자리에 앉은 마경식. 온종일 퇴근을 기다리는 신입의 생존방식은 이미 포기 상태였다. 그래서 모두 퇴근한 저녁 8시. 적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남아 일을 하고 있었다. 썩 유쾌하지 않아도 천근만근 하는 힘을 올리며. 그러나 그럴수록 피곤함은 어쩔 수 없는지 의욕이 상실되는 듯도 하다.
그렇다 해도 산더미같이 쌓인 업무를 보며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하는 경식. 자세를 굳건히 하자 의지를 가진 의무감은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그 덕에 거대한 구조물 같은 회사의 서류가 서서히 정리되고 있었다. 하나하나씩 점검하고 반복해서 수정하기를 몇 차례.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열 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나마 오기가 있었던 경식이 쉼 없이 일을 한 탓에 조금씩 마무리될 즈음이었던 것이다.
경식은 부쩍 화장실이 가고 싶어 일어나 걸음을 화장실로 향했다. 나가니 사람이 한 명도 없던 탓에 왠지 복도가 여느 때보다 으스스하다. 경식은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며 화장실로 다가가는데. 지나치는 여자 화장실에서 '똑똑똑'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가 물을 틀어놓았나?" 하면서도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 없으니 애써 모른 척을 해야 할 것이다. 그건 무서움을 감지한 말초신경의 예민함이었으니. 그것은 곧 오싹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괜히 신경 쓰이네" 하며 그는 여자 화장실 옆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음산함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화장실 안, 몸을 비스듬하게 기울이며 볼일을 보는데. 근데 또 여전히 '똑똑똑' 물소리가 마경식의 어두운 내면을 낚는다. 평소 같았으면 지나칠 일, 괜스레 머리털이 쭈뼛 서니 평범한 물소리마저도 공포의 대상이 된다.
경식은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 화장실을 나와 사무실로 향하면서도 괜스레 꺼림칙함을 느끼는데.
'회사에는 아무도 없잖아? 그 물소리의 정체는 뭐지?'라고 깊이 생각하니 약간의 소름이 목뒤로 은밀하게 올라온다. 이유 없이 사고의 빈틈을 파고드는 무서움의 서막.
그러니 인상이 구겨지며 사무실로 들어서게 되고, 웬걸 사무실의 전등까지 깜박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 왜 이러지, 고장 났나?" 여러 번 스위치에 손을 대는 경식.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주변이 칠흑같이 깜깜해진다. 그는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에 더욱 등골이 오싹하며 식은땀이 온몸을 채운다.
경식은 사무실 시계의 움직이는 소리만 들으며 꼼짝하지 않고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자신을 쪼아대는 뭔가 알 수 없는 기에 몸이 움츠려든다. 다시 손을 벌벌 떨며 불을 켜는 경식. 다행히 불은 들어오고 휴, 하는 탄식이 절로 가슴을 치며 나온다.
경식은 자신의 자리, 그 곁으로 다시 걸어가 의자를 당기고 앉았다. 그러니 좀 전에 업무를 할 때보다 미세한 긴장감이 치고 올라오는데. 그는 나머지 일은 아침에 와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쿨하게 남겨놓기로 했다. 그리고 빨리 퇴근할 요량으로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마무리를 서둘러하는데.
그런데 그때, 맞은편 창문으로 시커먼 물체가 보인다. 마치 긴 검은 머리를 한 사람의 몸체인듯한 시커먼 형체. 그러나 있는 곳이 8층이 되니 사람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경식은 "으악" 하며 당황해서 무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 그의 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마비된 상태이다. 경식은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빠르게 사무실을 뛰쳐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누가 뒤에서 자신을 쫓고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섬망. 그는 이가 부딪힐 만큼의 오싹함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사정없이 여러 번 눌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도 말썽인지 마경식이 있는 층에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
"아, 씨 하필" 경식은 초조함이 엄습했다.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고, 마냥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없기에 쏜살같이 그곳을 벗어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향하니 발걸음은 누가 쫓는 마냥 뛰듯이 빨라져 성큼성큼 내려오고. 다 내려왔다 생각한 그때, '쓰읍, 하' 하고 크게 한숨을 뱉는 경식. 처음 하는 야근이 이렇게나 무서움이 배가 될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그는 철문이 보이자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하고. 열어 나갈 생각에 도어를 달그락거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하필 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는다.
"아, 뭐야 왜 안 열려!!"
스며든 공포의 물살은 마경식의 잡념 속에 다시 오르락내리락하고. 마경식은 이미 겁먹어 버틸 재간이 없는 것처럼 눈에 핏발이 서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왠지 문을 열려고 더욱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문은 꿈쩍을 하지 않는다. 경식은 용을 써도 일말의 소득도 없는 이 순간. 지성은 파괴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밀려온다. 그러자 자신만의 재앙을 마주한 듯 주저앉더니 허탈함에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러다 다시 얼굴이 경직되더니 무심결에 주변을 훑어보는데 또 전기가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경식은 갑자기 귀신의 장난 같은 석연치 않는 생각을 떠올리고. 그런데 뭔가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급급 내 경식은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가까이 있다는 확신에 빠져드는데.
"저리 가!! 저리 가!! 썩 꺼져!!
아, 제발 문... 문 좀 열려라..."
그는 점점 더 불안감이 휘몰아치고, 다시 문을 열고자 밀어대는 손아귀에서 피가 난다. 피투성이가 된 경식의 손. 그는 급한 마음에 '쿵쾅' 발로 연신 문을 차기도 하며. 그러자 마음에 파고든 오싹한 기운은 그의 뇌마저 갉아먹는다.
"사람 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흑흑" 하지만 듣는 이 없어 오히려 가슴을 옥죄는 느낌만 들고. 울부짖는 발버둥은 그의 심장을 조여 동공의 초점을 잃게 만들더니. 두어 시간의 문과의 실랑이 끝에 결국 경식은 '푹' 하고 쓰러졌다.
다음날, 여느 날처럼 경비 한철수가 출근하고. 회사 건물에 들어설 때 찢어진 큰 검은 봉지가 땅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을 발견하고 줍는다.
"웬 봉지가?" 하며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철수. 그리고 회사로 들어와 사무실을 둘러볼 겸 점검차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아직 사무실엔 아무도 없으니 대충 확인하고 내려가려는데. 그런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다 비상 쪽 계단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머뭇거리던 철수는 아래로 쓰윽 보더니 계단을 내려가 볼 참으로 발을 딛는데.
"누구 있어요?" 하며 서서히 내려가는 경비 한철수. 드디어 마지막 계단에 이르고 그때,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 사람은 마경식. 그는 의식이 없고 그의 손은 온통 피범벅이다.
그러니 철수는 경악하며 "이봐요 이봐요" 하며 외치고 그에게 바짝 다가가는데. 이미 그는 싸늘히 죽은 상태이다. 철수는 기겁해서 사무실로 돌아와 전화로 경찰을 불렀다. 사인은 심장마비. 알고 보니 문은 앞, 뒤로 미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미는 것이었는데. 마경식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당황해서 문을 여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기는 누전이었던 탓에 회사에 전기가 들어왔다 나간 것이었고, 8층에서 보였던 형체는 바람에 날린 큰 검은 비닐봉지였으니. 순식간에 인간을 갉아먹는 공포, 그것은 심리적으로 침투하면 피할 길 없이 한 사람을 폭삭 무너지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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