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a Noodles by De Ce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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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의 시작은 과연 어디일까?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음식, 요리, 식재료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즐겨보는 것은 음식 관련 다큐멘터리들이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알고 난 뒤면 평소에 먹던 같은 음식이라도 훨씬 더 맛있고, 그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즐겁게 느껴진다.
음식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의 단골 주제 중 하나는 '과연 스파게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인 것 같다. 스파게티만큼 음식의 역사와 사회의 역사가 맞물려 서로에게 영향을 준 음식도 없거니와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사랑받는 음식이다 보니 모두의 관심이 되는 것 같다. 이 주제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대부분 중국, 이탈리아, 아랍권 지역을 돌면서,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스파게티(국수)와 관련된 역사를 이야기하곤 한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스파게티라는 음식의 역사가 시작되었냐고 묻는다면 정확하게 어디라고 이야기하기는 여전히 힘들지만, 비슷한 시절에 거의 대부분의 세계에서 비슷한 형태의 국수 요리(밀가루를 빻아서 물을 넣고 길쭉한 국수의 형태로 햇빛에 말려서 먹는 것)가 발전을 했던 것 같다. 실크로드, 대항해 시대, 차(Tea) 무역 등등으로 인하여 동서양 간의 교류가 생기면서 서로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듯한 국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생겨났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나의 흥미를 사로잡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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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의 역사
얼마 전에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Alessandro Marzo Magno)가 쓴 '맛의 천재 -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Il Genio Del Custo)라는 책을 구매했다. 1,2년 내에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고, 식재료와 관련된 글을 쓰다 보니 나부터 공부를 좀 해가면서 글을 쓰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매를 했다. 먹는 것과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술술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일단 이 책을 읽다 보면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취재란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출판사의 평처럼 방대한 양의 정보에 놀라게 된다. 이탈리아 식재료들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정보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이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엔 나의 지식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엄청난 양의 정보를 그저 잘 압축해 놓은 수준이 아니라, 이를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기 위해 마치 과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천천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이탈리아 식재료, 요리에 대한 역사들이 들어있지만 그중에서도 스파게티와 관련된 역사는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정확하고, 디테일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주었다. 스파게티에 대한 역사적 상황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이 스파게티를 먹던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18세기 스파게티가 처음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스파게티면은 3시간을 끓이는 게 보통이었다고 한다. 이 시간은 미국의 남북 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1시간 반으로 줄어들었고, 20분 정도로만 끓이는 방식은 고작 1940년대에 들어와서 나 일상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분만 끓여도 퉁퉁 불은 면이 되어서 먹기보단 그냥 버리곤 하는데, 3시간이라니... 그 긴 시간 동안 면이 제대로 된 형태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궁금하고, 그 맛은 또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별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뒤로하고, 책을 읽다 보면 굉장히 반가운 브랜드가 나타난다. 바로 오늘 소개할 '데체코(De Cecc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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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면의 산업화를 이끈 데체코
요리와 관련된 역사서에 가까운 이 책에 나올 만큼 오래된, 자그마치 100년이 넘는 이 파스타면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데체코는 전 세계 3위에 빛나는 파스타 면 브랜드라고 한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떠한 점이 이 브랜드를 지금까지 유지시키고 있는 것일까? 사실 책 속의 데 체코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책 속의 이야기와 브랜드 홈페이지의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래 전부터 스파게티 면을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기 위해서 면을 햇빛에 말려서 먹는 방법들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데체코가 탄생한 이탈리아의 Abrozzo라는 지역은 햇빛을 받기가 쉽지 않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초로 면을 말리는 공장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더 빠르고, 더 대량으로 면을 말릴 수 있었던 데체코는 그 어떤 브랜드들보다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고 한다.
세계사를 배우다 보면 인류를 성장시킨 몇 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산업 혁명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건들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고, 이 대량 생산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급속도로 발전을 하기 시작한다. 그 이전처럼 혈육에 의해 대를 이어 가는 계급 사회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본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계층이 생겨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러한 복잡하고, 급진적인 시기에 데체코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나는 최상의 듀럼밀로 파스타면들을 대량 생산하여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파스타면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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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체코 브랜드 성장의 발판
이탈리아 내에서만 머무를 수도 있었던 이 파스타 면이 전 세계로 확대된 것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미국으로의 수출이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월드 페어를 통해 데체코의 파스타면을 알린 이후 1904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수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세계적인 영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영화 속 한 장면에 데체코 파스타면 박스가 나오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파스타면 브랜드가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 속의 그 장면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요즘은 돈을 주고 PPL이라는 협찬 형식을 취하지만, 그 옛날에도 PPL이란 방식이 있었나 싶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데체코의 성공을 이끈 핵심적인 사람들은 'Abruzzese Community'라는 이탈리아인 이주자들이라고 한다. 데체코가 시작된 Abrozzo 지역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만든 이민자들의 커뮤니티들이고, 이들은 자신들의 맛을 미국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서 데체코의 파스타 면을 계속 사용했다고 한다. 그들 또한 '신토불이'를 깨닫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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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 좋은 밀가루에 기술 더하기
브랜드 자체가 굉장히 큰 성공을 했지만, 어쨌거나 그 기반은 훌륭한 맛과 퀄리티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기후에서 탄생되는 좋은 퀄리티의 듀럼밀을 재배하고, 저온에서 밀가루를 만들어 듀럼밀 특유의 노란 빛깔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좋은 재료를 준비하여, 차가운 물과 함께 반죽을 해서 최상의 맛과 향을 유지하고, 자체 제작한 동판으로 다양한 형태 파스타 면들을 만드는 이 과정은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김없이 지켜지는 데체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데체코의 면으로 파스타를 만들면 면 자체에서부터 좋은 맛이 난다. 이탈리아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까르보나라에 소스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까르보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파스타들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소스 맛으로 파스타를 먹기보단 면의 맛 또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파스타인 'Cacio e Pepe(카쵸 에 페페 - 치즈와 후추)'는 말 그대로 흑후추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만 들어가는 파스타인데 치즈와 후추 그리고 면의 조화가 매우 좋다. 처음엔 치즈의 짠맛과 코릿코릿한 향, 후추의 알싸한 맛이 가장 먼저 느껴지지만 씹다 보면 점점 면의 고소하고 향긋한 곡물의 향이 올라오면서 더 깊은 맛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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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팬트리 속의 파스타면
퇴근 후 배는 고픈데 요리를 할 시간이 없을 때 쉽게 해 먹는 음식이 파스타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집에 파스타 면이 없으면 곤란하게 된다. 그래서 신경 써서 구매해두는 것이 파스타 면이다. 심플한 토마토소스를 먹을 땐 스파게티면, 봉골레 파스타엔 링귀니, 진한 라구 소스를 만들어 먹을 때면 부카티니, 크림소스가 먹고 싶을 때 탈리아텔레 혹은 페투치니, 일본식 샐러드에는 마카로니, 정말 특별한 파스타를 먹고 싶을 땐 세몰리나 밀가루에 계란으로 반죽을 하여 면을 직접 뽑기도 한다. 혹시라도 새로운 형태의 파스타면을 본다면 일단은 사서 팬트리에 쟁여두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링귀니를 꼽겠다. 길쭉한 타원형의 단면을 가지고 있는 면으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봉골레에 가장 적합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링귀니를 가지고 봉골레 파스타를 주로 해 먹는 편이다. 조개의 감칠맛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리를 못해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시조개가 들어가면 맛은 보장되기 때문에 손님이 와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1. 넉넉한 물에 소금을 넣고 링귀니 면을 삶는다
2. 웍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살짝 볶아 마늘 향을 낸다.
3. 마늘향이 올라오면 해감해둔 모시조개들을 넣는다. 조개들을 살짝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한 컵 정도 넣고는 한소끔 끓이면서 와인의 알코올이 날아가기를 기다린다.
(조개와 함께 약간의 체리 토마토나 올리브, 케이퍼를 넣어주면 조개의 감칠맛과 함께 새콤한 맛이
살짝 올라와 입맛을 더 돋구어 준다.)
4. 어느 정도 알코올이 날아갔다 싶으면 뚜껑을 덮어주고 조개가 열리길 기다린다.
5. 조개가 열리고 나면, 잘 만들어진 오일 소스에 알단테가 된 링귀니를 건져서 넣어주고 뒤적거리며
링귀니가 조개 국물을 좀 더 흡수하면서 익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면 자체에서 소스가 베어 들어가 면만 먹어도 맛있는 최고의 봉골레 파스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