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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Jul 08. 2018

#11_달달한 커피 믹스부터 맥심 플랜트까지

Maxim Coffee by 동서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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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나는 커피 광고

 

그 때 그 맥심 커피 광고 (출처 - TVCF)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나는 광고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동서 식품의 맥심 커피 광고가 그러하다. 딱히 어떤 커피 제품의 광고인지는 기억하기 힘들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남자 모델의 이미지가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다. 언제 적 광고가 이렇게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걸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91년도 광고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광고가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니... 카피 한 줄이 주는 힘이 참 놀랍기만 하다.


어렸을 적 우리 집 찬장 속에도 항상 맥심 커피가 있었다. 갈색 커피 가루가 들어간 빨간 뚜껑의 맥심 커피와 맥심 프리마 그리고 설탕까지. 그 옆엔 항상 커피를 탈 수 있도록 티스푼이 두어 개 놓여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밥을 먹고 난 뒤에 후식처럼 한 잔을 드시곤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타서 마시는 거였다.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을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원하는 만큼 넣은 뒤에 티스푼으로 휘휘져어 마시는 음료. 어려서 엄마와 아빠가 커피를 타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실 때면 항상 커피는 몇 스푼을 넣어야 하는지, 물은 얼마만큼을 넣어야 하는지 항상 헷갈리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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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심부름을 하던 그 시절 


신입 사원으로 회사에 처음 출근했을 때만 해도, 사무실에는 커피, 설탕, 프림 3 총사가 항상 있었다. 내가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도대체 언제 적 사람이냐는 듯이 쳐다보긴 하지만, 그땐 정말로 그랬었다. 처음 회사에 출근해서 팀장의 커피를 타야 했던 순간, 어떠한 비율로 타야 할지 몰라 선배에게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 아빠의 커피를 타는 게 어려웠던 것처럼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커피를 타 준다는 건 항상 어려웠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도대체 어떤 정신을 가진 회사인데 어린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들을 위해 커피를 타주는 게 일상인 건가 싶을 것 같다. 근데 그땐 정말로 그랬었다. 그것도 아주 잠시였지만,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더 이상 커피를 타지 않았던 이유는 여자 후배에게 커피 심부름과 같은 걸 시키지 말라는 회사의 정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커피 믹스의 등장이 가장 컸다. 종이컵에 커피 믹스 한 봉지 쭉 찢어서 넣은 뒤에 원하는 만큼 물만 부으면 끝나는 커피 믹스. 가끔 친절하게 커피의 농도를 알 수 있도록 물의 양을 눈금으로 표시해주는 종이컵도 있었다.  


그땐 하루에 한 잔 정도는 커피 믹스를 마셨던 것 같다. 맛도 있었고 오후가 되면 당이 땡기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절엔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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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의 등장. 맥심의 위기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인 맥심의 로고와 다양한 제품들. (출처 - 동서식품 홈페이지)


아마 아메리카노의 등장에 가장 크게 긴장한 기업이 동서식품 아닐까 싶다. 전 국민의 커피 타임을 지배해오던 제품이 한순간에 아메리카노에게 밀려버리는 형국이었다. 주부들, 어르신들 사이에선 여전히 커피 믹스가 대세라고는 했지만 점심 식사 후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커피 믹스가 아니라 아메리카노였다. 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것도 브랜드가 노후화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어느 브랜드나 브랜드의 이미지가 노후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지만 이미 한 물 간 브랜드들이 다시 젊어지긴 어렵다. 그때 많이 하는 시도들이 더 젊고, 어린 아이돌 모델로  바꾸는 일인 것 같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모델을 활용하여 브랜드도 함께 젊어지길 바랜다.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다음엔 더 젊고 핫한 모델을 또 찾아야 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마케팅 비용 속에 모델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거나,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모델만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 꼭 브랜드가 젊어지려 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브랜드가 나이를 먹어가고 연륜이 쌓이고, 그만큼의 중후하고 클래식한 멋이 살아날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나는 동서 식품의 커피 브랜드들이 멋있다고 느껴진다. 한결같으면서도 항상 동시대적으로 호흡하고 있는 모습들. 동서 식품의 커피 제품들은 우리 엄마 아빠 세대가 마셔도, 내가 마셔도, 어린 신입 사원 친구들이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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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식품의 해법 

오래도록 함께하고 있는 맥심의 모델들 (출처 - 광고정보센터)

해법이라고 할 것까지 있을까 싶지만, 동서 식품 제품들이 잘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모델 전략인 듯싶다. 화려하거나 반짝 이슈가 되는 셀럽들이 아니다. 물론 한 명 한 명 꼽아 보자면 모두가 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고, 모델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그 이상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6개월 단발, 1년 하고 바뀌는 모델들이 아니라 5년, 10년 꾸준히 동서 식품 제품들의 얼굴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친근함과 진정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서 식품의 기업 문화도 한몫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튀지 않지만, 잔잔하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제품들이다. 커피 믹스 한 제품만으로 끝내거나, 새로운 성분 혹은 새로운 무엇으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관심을 받고자 하지 않는다. 그저 기본 커피 믹스(맥심 모카 골드)에 우유의 맛을 좀 더 더하거나(맥심 화이트 골드), 설탕을 좀 더 빼거나 (맥심 모카 골드 라이트), 아예 빼서 커피와 우유의 맛만 주거나 (맥심 모카 골드 심플 라떼), 아이스커피 믹스처럼 아이스 형태로 마실 수 있게 하는 등 기본 믹스에 더하거나, 빼는 심플한 변주만을 주어 다양성을 만들어 준다. 모두가 대표 제품인 셈이다. '요즘 맛있는 커피는 잘 타는 게 아니라 잘 고르는 거래요.'라는 맥심 모카 골드 라이트 광고 카피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제품들 (출처 - 조선비즈)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 조사와 분석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한 뒤에 4년을 주기로 제품들의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업그레이드를 하는 '맥심 리스테이지'를 진행한다고 한다. 작년이 '맥심 6차 리스테이지'였다고 하니 최소 20년 동안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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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장과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 


야외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쿨한 카페. KANU (출처 - 광고정보센터)


커피 믹스 전략을 잘 만들어 가고 있다 해도, 넘치는 아메리카노들을 이기긴 힘들었을 듯하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카누의 등장은 동서 식품의 앞 날에 희망의 불을 밝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품만으로 보면 카누가 뭐가 더 그렇게 특별할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제품을 살려낸 것의 8할은 광고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커피 전문점만큼 좋은 원두를 사용하여 맛과 향을 내고, 커피 전문점의 커피와 견줄 만한 아메리카노라고 줄줄줄 설명하지 않는다. 딱 한 마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고만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며, 제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정체성이자, 커피의 맛과 향을 의심하지 않게 하는 명확한 카피.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까?


대한민국의 클래식한 커피 믹스 브랜드 '맥심 모카 골드'와 변화되어 가는 커피 문화에 발맞춰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카누'. 동서 식품의 커피 브랜드를 이끌어갈 안정적인 두 축으로써 이 정도면 커피 제품 라인업은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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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느끼는 커피. Maxim PLANT

한남동 Macim PLANT의 모습 (출처-동서 식품)

하지만 최근 매우 많이 칭찬해주고 싶은 시도 중에 하나는 한남동에 위치한 'Maxim PLANT'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를 통해 커피와 공간 마케팅, 오감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유행을 해왔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건물을 짓건 임대를 하건 큰 예산이 들어가고,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어떤 브랜드도 쉽게 진행하지 못했던 것 중에 하나이다. 그 어려운 것을 동서 식품이 해냈다. 2015년부터 매 해마다 제주도 모카 다방, 성수동 모카 책방(16년), 부산 모카 사진관(17년), 전주 한옥 마을 모카 우체국(18년)과 같은 팝업 스토어를 한시적으로 내왔었지만 본격적으로 맥심의 브랜드를 걸고 만든 커피숍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맥심이 커피숍을 낸다고?
여기 스타벅스 옆이잖아?"


이미 한남동에 커피숍은 있을 만큼 있는 상황이고, 바로 옆 건물에 스타벅스가 새롭게 건물을 짓고(남의 건물에 한층 임대를 낸 것이 아니다.) 있었다. 그것도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리저브가 중심인 매장이었다. 과연 스타벅스 바로 옆에서 얼마나 잘 될 것인가가 걱정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과연 어떤 커피를 선보일 것인가가 가장 궁금했다. 인스턴트커피의 대표 격인 맥심이 원두커피를 중심으로 한 커피숍을 낸다고 하면 그 원두가 얼마나 더 특별해 보일 수 있을 까? 스타벅스 대비해서 경쟁력이 있을까? 믹스 커피를 변형한 무엇인가를 낼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Maxim PLANT는 믹스 커피가 아닌 원두 커피 중심의 음료들만 판매를 하고 있었고, 나는 커피의 맛도 공간의 느낌도 스타벅스보다 이곳 Maxim PLANT가 훨씬 더 좋았다.


커피의 전문성이 느껴지는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원두의 종류


지하 2층에선 50년 맥심의 노하우로 선별한, 대한민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과 향의 다양한 원두들이 로스팅되고 있었고, 이 멋진 원두들의 맛과 향을 느끼기에 충분히 여유 있고 쾌적한 공간이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곳 맥심 플랜트는 맥심이라는 브랜드가 그저 커피 믹스를 내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커피에 대한 깊은 철학과 원두에 대한 전문성, 커피를 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게 하는 감성까지도 생각하는 커피 전문 브랜드라는 것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일종의 맥심 브랜드 체험관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그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과하게 강요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맥심이라는 브랜드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러운 브랜드 체험을 위해 브랜드 노출과 자연스러운 체험 사이의 그 미묘한 발란스를 잘 잡아낸 칭찬 해주고 싶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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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기대되는 맥심 플랜트

날씨 좋은 날. 맛 좋은 아이스 커피

아쉽게도 2호점을 낼 계획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급하게 여기저기 지점을 내면서 카페 사업으로 까지 확장을 하는 것보다 오롯이 이곳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맥심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시도와 의미가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더 다양한 원두를 찾고, 개발하고 우리의 입맛에 맞는 커피 문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외국에서 수입된 커피 문화가 아니라, 예전 부터 우리 집 찬장을 지켜오던 한국식의 커피 문화를 동시대적으로 잘 풀어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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