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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May 07. 2018

#2_진하게 응축된 토마토의 맛 Pomodoraccio

Pomodoraccio by Terra M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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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토마토 스파게티 


어렸을 땐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국수는 모두 스파게티인 줄 알았다. 지금이야 스파게티가 파스타면의 한 종류라는 개념이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토마토 소스 혹은 토마토 케첩에 비벼 먹는 이 국수는 모두 스파게티였다. 양파, 피망에 소시지 혹은 햄을 넣고 피자 치즈(그땐 모짜렐라 치즈라는 이름도 모른 채, 녹는 치즈는 다 피자 치즈였다)를 잔뜩 얹어서 오븐에 구운 ‘오븐 스파게티’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였다. 배달 피자 집도 흔하지 않던 시절 엄마가 해주는 특별한 요리에 대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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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파스타 속의 드라이드 토마토 

해외 여행을 다닐 때마다 다양한 토마토 종류에 놀라곤 한다. 말린 토마토를 잔뜩 팔던 이탈리아

어려서부터 토마토를 매우 좋아했었다. 엄마의 말씀으로는 아기 때부터 간식으로 토마토 속을 파서 하루에 하나씩 먹었었고, 지금도 집에 토마토 혹은 홀토마토 캔은 떨어지지 않게 해둔다.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시큼하면서도 달큼한 그 신선한 맛이 그때도 지금도 너무 좋다. 성인이 된 후, 드라이드 토마토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딱히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관심이 가는 식재료도 아니었다. 지금에야 말린 야채들의 응축된 진한 맛의 매력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잘 몰랐던 터라 드라이드 토마토는 그저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식자재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일 파스타 속에 들어 있는 ‘Dried Tomato’를 맛보게 되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을 받고 꾸덕꾸덕 말라가는 토마토들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생 토마토와는 다른 훨씬 더 깊고, 응축된, 진한 토마토의 맛. 토마토 좀 먹어보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토마토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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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햇빛을 받고 자란 Il Pomodoro Italiano

홈페이지에 설명은 없었지만 아마도 설립자 가족일듯 하다 (출처-terramaris.it)

그 날 이후로 오일 속에 재워진 드라이드 토마토 또한 나의 팬트리 아이템이 되었다. 밋밋할 수 있는 오일 파스타에 약간만 넣어도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내주며, 진하면서도 시큼한 맛으로 느끼한 오일의 맛과 균형을 잡아주는 식재료. 시중에 수많은 드라이드 토마토 제품들이 많지만 오늘 소개할 식재료는 TERRA MARIS의 대표 상품인 ‘Pomodoraccio’이다. 반 정도 말린 토마토를 해바라기유, 와인 식초, 소금과 바질, 오레가노를 넣어 만든 식재료인데 최근엔 식품 건조기나 오븐에 직접 건조한 드라이드 토마토를 오일과 허브와 함께 재워서 만들어 드시는 분들도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토마토를 씻고, 말리고, 오일에 넣고….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지만, 이탈리아의 햇빛을 잔뜩 머금고 튼실하게 자란 Il Pomodoro Italiano (The Italian Tomato, 이탈리아 토마토)에 이탈리아의 레시피와 이탈리아의 허브, 오일 등으로 만든 이 제품을 사서 먹는 게 난 제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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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탈리아어 Semi-Secchi

매장에서 한참을 비교해서 구매한 Pomodoraccio. 제품하단에 Semi-Secchi라고 써있다.

TERRA MARIS는 1996년 Zannoni Family로부터 시작된 Europi Slr의 브랜드 중 하나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가족들 모두 이탈리아 요리 쪽에서는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하니 일단 맛은 보장된 것이 아닐까 싶다. TERRA MARIS는 Europi Slr의 브랜드 중에서도 전형적인 이탈리안 요리법으로 만들어 낸 저장 음식들을 병, 통조림 등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내가 선택한 'Pomodoraccio'는 1998년에 Mario Zannoni에 의해 만들어진 TERRA MARIS의 대표 제품이라고 한다. 백화점 식품 코너에 이것 말고도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드라이드 토마토들이 있었지만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제품 패키지에 적혀 있는 'Semi-Secchi(반 건조)'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왜 Semi-Secchi라고 쓰여 있는
이 브랜드의 토마토색이 더 이쁠까?


Semi-Secchi. 얼핏 상상해 보아도 완전하게 말린 토마토보단 약간의 수분을 머금은 반 건조 토마토가 훨씬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삐쩍 말라 까맣게 보이지도 않고 토마토의 붉은빛을 간직하면서도 수분이 적당히 날아간 응축된 토마토 과즙 속에 토마토의 짙은 풍미가 남아있다. 과육 또한 지나치게 질기지 않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을 것만 같은 'Semi-Secchi'. 머리 속의 과한 상상일지 몰라도 일단 반 건조된 토마토 속 수분이 제품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2년의 시간 동안 오일과 토마토 수분 간의 안정성을 찾고자 연구를 거듭했다고 하니 일단 제품 선택은 잘 한 것 같다. 특히 무엇보다도 인공적으로 토마토를 말린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의 태양을 직접 쬐어서 말렸다고 하니 정성 또한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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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파스타에  Semi-Secchi Pomodoro 더하기 

드라이드 토마토는 이미 뭉게져 보이진 않지만, 맛은 뚜렷했다.

이 제품은 와인에 안주로 한두 개씩 집어 먹어도 좋고, 바게트 위에 하나씩 올려 먹거나, 샌드위치 속 혹은 샐러드에 적당히 썰어 넣어도 맛있다. 그래도 토마토를 좋아하는 나는 토마토 소스에 드라이드 토마토를 더하고, 거기에 신선한 체리 토마토까지 더한 트리플 토마토 파스타가 참 좋다. 심플한 토마토 소스의 맛에 진하게 응축된 드라이드 토마토와 신선하고 시큼한 체리 토마토까지. 토마토가 선사하는 건강의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심플한 파스타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케이퍼를 살짝 넣거나, 파르마지오 치즈를 살짝 (나는 항상 듬뿍이지만) 뿌려 먹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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