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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01. 2022

나의 와인 취향 찾기

서울 스쿨 오브 와인_원데이 클래스 ‘화이트 와인’


어려서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 레드 와인을 마시면 입술 주위가 까매져 있었다. 와인에 대한 매력이나 즐거움을 전혀 몰랐던 그때 나도 모르게 까매진 입술과 착색된 치아를 보면서 절대로 밖에서 레드 와인은 마시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뒤로 와인을 마셔야만 할 때가 생기면 화이트 와인을 더 마시게 되었다.


화이트 와인은 입술이나 치아에 착색이 되지 않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레드보다 맛있었다. 깨끗하고 가볍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텁텁한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냥 마구잡이로 마셨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내 입맛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가 어느 날은 별로이기도 하고, 와인을 이해하면서 마신다기보다는 그냥 흥에 취해 마셨던 것 같다. 사실 와인이 2,3잔 정도 들어가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마시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알고 싶었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나의 취향을 하나 더 찾아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와인 공부를 하나 싶어서 블로그와 유튜브를 이것저것 찾아보다 집 근처에  새롭게 와인 학원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깨끗하고 화사한 너무나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간 ‘서울 스쿨 오브 와인’이었다. 때마침 원데이 클래스 강의 공지가 있었고 그렇게 수업 신청을 하게 되었다.


가기 전부터 설레었다. 이런 와인 클래스가 처음이기도 했고 화이트 와인을 7종이나 마시면서 비교 분석하다 보면 그중에 하나쯤은 나의 취향에 근접한 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씨도 좋았고 모든 게 좋았다.


시음한 7종의 와인


선생님의 최애 와인인 ‘슈냉 블랑’을 웰컴 드링크로 시작해서 아주 기본적인 이론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론 수업이긴 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턱대고 마셔대던 나의 와인 생활에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달까. 선생님의 설명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박히는 기분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짧지만 굵직했던 이론 수업이 끝난 뒤엔 드디어 시음이었다. 총 6종의 와인들을 2개씩 비교해가면서 시음을 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후와 서늘한 기후에서 나온 샤도네이의 비교, 아로마틱 한 와인 2종의 비교, 아로마틱 하면서도 단맛이 있는 와인 2종의 비교로 진행이 되었다.


너무나도 다르다.
포도가 자라난 토양과 기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너무 나도 달라졌다.


와인은 떼루아가 중요하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었지만 이렇게 맛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나니 그 말이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지식이 생기는 게 이렇게도 즐거운 일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은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 구겨 넣었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내가 궁금했던 것, 알고 싶었던 것, 좋아하는 것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오래 오래간만에 느끼는 지적인 즐거움이라 놀라울 정도였다. 새로운 취미와 자극은 평생 필요하다더니 정말 그러한 것 같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나의 화이트 와인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어렴풋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와인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고 7종 만으로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잘 익은 과일의 단 향보다는 서늘한 기후에서 만든 와인의 청량함과 풀향, 허브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서 뉴트럴을 편안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향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는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에 즐거워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비오니에나 게뷔르츠트라미너의 향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어떤 와인들을 구매하고 마시게 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레드 와인 클래스도 들어보고 싶고 자격증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이렇게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다만, 항상 이렇게 갑작스러운 흥미를 느끼다 곧 싫증을 내는 경우가 많으니 초반부터 지치거나 쉽게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만큼 와인은 좀 더 아껴가면서 깊게 알고 싶다.


——

와인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들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즐거웠던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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