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_레슬러와 커피와의 상관관계. 커피 리브레

by meraki


—-

오늘은 어떤 원두가 좋아요?


횟집에 가서 물 좋은 생선을 물어보듯 그곳에 가면 오늘은 어떤 원두의 상태가 좋은지, 아이스로 마시면 좋을지 따뜻하게 마시면 좋을지를 물어보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리브레다. 이곳에서 원두의 상태를 물어보는 이유는 하나다. 원두가 자주 바뀌기도 하고 직접 생두를 사 와서 로스팅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집에서 마시는 커피의 즐거움을 알게 되다.


재택 근무하는 날이면 커피는 직접 내려서 마신다


다양한 곳에서 좋은 바리스타들을 통해서 커피의 맛과 다양함을 알게 되었지만,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의 즐거움은 커피 리브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일단, 집 근처의 커피 리브레를 방문한다. 새로 나온 원두들과 맛보고 싶은 원두들을 한참 살펴본 다음에 하나를 고른다. 차갑게 마시는 게 좋을지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게 좋을지 등등 바리스타에게 물어본 다음에 추천하는 방법으로 한잔을 마셔본다. 그리고 집에 와서 동일한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보면서 아까 마신 커피와의 차이점을 비교해본다. 분쇄에 차이가 있는지 물을 내리는 시간이 달랐는지, 아니면 그저 기술의 차이인지 등 이것저것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카페에서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

파란색 복면을 쓰고 있는 레슬러의 얼굴이 눈에 띈다.

커피 리브레의 대표인 서필훈 대표가 좋아하는 영화 ‘나초 리브레’를 모티브 삼아 커피 리브레를 만들었다고 한다. 복면 뒤에 수도사라는 신분을 감추고 자신의 꿈이었던 레슬링에 도전하는 열정을 그린 영화 ‘나초 리브레’.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꿈이었던 레슬링을 통해 돈을 벌어 2,000여 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런 열정과 아이들을 도와주는 헌신에 마음이 이끌려 ‘커피 리브레’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

‘얼굴 있는 커피’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매장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그려준 그림과 손님들이 그린 복면 그림으로 가득하다

얼굴이 있는 커피가 무슨 의미이지?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카페 리브레에 가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있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명동 성당에 위치한 카페 리브레인데 그곳에는 어린아이들이 그려 놓은 레슬러의 얼굴(커피 리브레의 대표 얼굴)이 그려진 그림들이 있다. 처음엔 그냥 카페 인테리어 중에 하나인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커피 리브레가 지원하는 유치원의 아이들이 그려준 그림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좋은 커피는 결국 좋은 농장과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들의 정성과 노력이 커피 원두 한 알 한 알 다 녹아져 있다. 그저 유명한 산지의 비싼 스페셜리티가 아니라 이를 키워낸 누군가의 수고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생각이 참 좋다.


—-

커피에 미쳐있다.

서필훈 대표와 매달 나오는 ‘월간 리브레’

무언가에 미쳐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커피 리브레의 대표인 서필훈 대표는 커피에 미쳐있다고 이야기한다.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의 국제 심판관이기도 했고, 세계 커피 로스팅 대회인 월드 로스터스 컵(World Roasters Cup)에서 2012년과 2013년 우승하기도 한 대단한 실력자임은 분명하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서 나는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그가 참 부럽다.


지난 11년 동안 여러 커피 생산국을 방문했지만, 정작 그곳의 사회와 문화, 사람들과 삶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다. 내가 만난 일부 현지인을 통해서만 그곳을 봐왔기 때문이다. 커피 수확 노동자나 원주민 노동자와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어도 이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그래서 커피 산지에 대한 나의 경험과 지식은 흩어진 파편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 작은 파현들이 그곳의 사회와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나와 우리 사회를 비추는 작은 거울 조각에 더 가깝다. 때로는 지리멸렬한 현실과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한국 사회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산지에서 잠시라도 위안을 얻고 나만의 이상향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회와 사람들을 낭만화하는 것은 단지 나의 투사이자 현실 왜곡일 뿐이었다. 산지에도 우리처럼 빈부격차와 좌우대립이 있고 종교와 인종, 노동과 젠더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
<출처 :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구절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있어 보이고 사진 찍기 좋은 인테리어에 스페셜리티라는 커피로 특별해 보이려 하는 수많은 카페들 속에서 커피를 통해 사람과 인생사에 대해 고민하는 그와 그의 커피가 더 멋있어 보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