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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30. 2022

그녀가 부럽다. 줄리아 차일드

HBO ‘줄리아’ 시리즈와 반피 끼안띠 2019


와인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며 일단 책을 샀다. 인터넷상에 훌륭한 영상 콘텐츠들이 많긴 하지만 정석 같은 책이 한 권 있어야 공부를 시작할  있을  같은 마음이 들어 와인의 기본 서적이라는 와인 바이블 - 2022 개정판 구매하였다. 꽤나 두껍고 방대한 양이라 과연 끝까지  읽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잠시 했지만 조금씩 읽어보자는 마음이다.


2022 개정판은 출간 35주년(무려 35!) 스페셜 에디션으로 이전과는 다르게 작가의 개인적인 얘기를 담은 ‘와인  음식의 혁신사(1970-2020)’ 추가했다고 한다. 책의 머리말부터 읽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놓칠  없는 챕터이다. 작가인 케빈 즈랠리가 처음으로 레스토랑에 발을 들여놓게  70년대부터 시작하여 소믈리에로 성장해나간 80,90년대 그리고 코로나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미국의 음식 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업계의 중심에  산증인의 입장에서 서술해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주목을  것은 바로 매우 낯익은 이름, 줄리아 차일드였다. 영화 ‘줄리  줄리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하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알린 푸드계의 아이콘 같은 여성이라는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와인 바이블 통해서 알게 된 미국 1960,70년대의 식문화는 TV 보며 냉동 음식을 데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산업화되고 편리성이 강조된 식문화 속에 직접 요리를 하는 즐거움, 다양한 식자재를 맛보는 즐거움을 알린 것이 줄리아 차일드였고, 그녀가 미국의 변화를 일으킨 핵심 인물 중의 하나라고 하니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흘러 흘러 ‘HBO 줄리아시리즈까지 가게 되었다.  주의 일과를 마감하는 금요일 저녁, 와인을 한잔 따르고 그렇게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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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줄리아와 그녀의 남편 폴

로튼 토마토 평론가 점수 93%, 시청자 지수 94%, IMDB 8.5

(점수와 상관없이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든다.)


공개일 : 22년 3월 31일

회차 : 총 8부작

출연진 : 사라 랭카셔, 베이브 뉴워스, 데이비드 하워드 피어스, 프란 크랜즈


** 국내에서는 WAVVE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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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줄리아 차일드와 프렌치 쉐프을 진행하고 있는 그녀

그녀가 살았던  시절의 미국은 여성과 여성이 하는 집안일(요리 같은 )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요리와 음식만 하루 종일 보여주는 채널이 있을 정도로 식문화라는 것이 삶의 중요한 즐거움 중에 하나이고, 여성의 사회 활동이 많이 보편화(아직도 여전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되었지만, 그렇지 았던 시절 그녀는 편견과 부딪쳐가며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 냈다. 자기를 무시하는 사회자에게 직접 오믈렛을 만들며 맛있는 음식의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요리 프로그램에 회의적인 프로듀서를 살살 달래가며(그녀는 싸우지 않는다. 잘 만든 요리와 유쾌한 성격으로 일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도해나간다.) 요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내가 제일 부러웠던   모든 것들이 그저 즐거움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요리를 하는 것의 즐거움,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하나로 시작했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닌 사회적인 영향력까지도 만들어 나갔다. 무언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는 것이 있을  있을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으로 이렇게까지  파급력과 변화를 가져온다는  어떤 기분일까?


나에겐 누군가를 변화시킬 만큼의 좋아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줄리아만큼 요리를 잘하지는 못해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 관련 서적들을 사서 보거나, 새로운 식자재를 시도해보는  또한 좋아한다. 그러는 만큼 시간을 내서 나름의 공부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만 이게 세상을 변화시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거창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요리를 좋아했고, 먹는 것을 좋아했고 외교관이었던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서 요리 공부를 시작했던 것들이 이렇게 연결되었던 것뿐이지 그녀가 처음부터 미국의 식문화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사명을 갖았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기회를 잡았고, 그것을  살렸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시도를 했다.  되고  뒤의 결과만 보지 말고  전까지의 험난했던 과정들을 보며 그녀를 부러워하더라도 부러워하는 게 맞겠지.


좋아하는 것을 그냥 좋아하자. 그리고 그녀처럼 꾸준히 좋아하자.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한다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나에게는 그렇다. 쉽게 질리고  금방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한다는 것이 힘든 나에게 줄리아처럼 하나만을 그렇게까지 좋아한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해보지 . 하다 보면  끝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


 시리즈를 보며 함께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반피 끼안띠 2019’였다.

프랑스 와인이 아닌 게 아쉬웠지만 미식의 드라마를 보며, 와인의 향과 맛까지 함께 즐기는  순간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내친김에 이번 주말엔 스튜를 해 먹어야겠다. 줄리아가 알려준 ‘뵈프 부르기뇽 먹으며 그동안 위시 리스트 속에만 있었던 ‘줄리  줄리아 봐야겠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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