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잘랄 자르마 내추럴
거의 3주 만에 방문한 그곳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원두가 가득했다. 눈을 반짝이며 어떤 커피를 맛볼지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살펴본다. 2개의 후보로 정리가 되었고 어떤 원두가 더 좋을지,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을지 차게 마시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오늘의 커피가 결정되었다. ‘예멘 잘랄 자르마 내추럴’ 커피이다.
평소 내추럴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멘 커피이기에 선택을 했고, 특히나 테이스팅 노트에 적혀 있는 ‘시나몬’이 매력적이었다. 겨울에 느끼는 시나몬향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이 시나몬향을 느끼기 위해서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는 추천에 따라 오래간만에 아이스로 커피를 요청한다.
원두에서부터 좋은 향이 났기에 기대가 더 크다.
내추럴이지만 쿰쿰하다기보다는 은은한 와인의 향과 시나몬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원두에서부터 이렇게 강한 향을 느낀 적이 거의 없어서 점점 기대가 커진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내 손에 쥐어진 커피에서도 기대했던 시나몬향이 느껴진다. 적혀있는 테이스팅 노트의 향을 직접 느낄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커피에 정답이 있겠냐만은 남들이 느낀 정답에 가까운 향을 나도 느낀 것 같아 기분이 좋고, 로스터가 의도한 향이 잘 표현되어 내려진 것 같아 더 기대가 된다.
역시 예멘이다.
언제나 세련되면서도 강한 힘이 있는 향이 느껴진다. 평소 커피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다양한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무엇 하나도 나 잘났다며 튀기보다는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있다. 입 안에선 오래된 와인의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맛이 났고, 적절한 산미가 이 맛을 무겁지 않도록 뒷받침해 준다. 무엇보다도 한 모금 마신 뒤에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시나몬의 향이 너무나도 좋다. 좋은 와인일수록 마시고 난 뒤의 여운이 길다고 하는데 커피도 그러한가 보다.
여운이 긴 커피일수록 천천히 마시게 된다.
한 모금 한 모금의 시간이 길다. 코에서 느껴지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을 좀 더 느끼기 위해 시간을 둔다. 일하면서 꿀떡꿀떡 넘겨버릴 그런 커피는 아닌 듯하다. 23년의 첫 커피로 예멘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넘겨버리는 그런 한 해가 아니라 하나하나 느끼고 즐기는 그런 한해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농장명 : 잘랄 자르마 Jalal Jarmah
농장주 : 갈랄 알 에마디 Galal Al-Edmadi
지역 : 이스트 하라즈 East Haraz
재배고도 : 2,000 - 2,300m
품종 : 자디 Ja’adi
가공 방식 : 내추럴
시트러스 / 살구 / 사과 / 와이니 / 시나몬 / 갈색설탕
출처 : 커피 리브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