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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Jan 04. 2023

어설픈 지식이 만든 우연한 만남

샤또 망고 2017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고 조금씩 와인 공부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들은 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중에 하나가 ‘샤또 마고 (Chateau Margaux)’였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마고지역에 위치해있으며 유일하게 지역명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랑크뤼 1등급 와이너리라고 한다. 우아한 맛과 향기로 ‘보르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고, 유명한 만큼 다양한 스토리들이 뒤따라오기도 한다.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가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손녀 이름을 헤밍웨이 마고로 지었다는 이야기, 미국 3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샤또 마고에 대한 극찬을  이야기, BTS 태형이 사랑하는 와인이라는 이야기 등등이 있다.


암튼 그렇게 내 머릿속에 ‘샤또 마고’라는 와인은 프랑스의 맛있는 먹어볼 만한 와인이라는 기억으로 저장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내가 ‘샤또 마고’라는 단어의 스펠링을 몰랐다는 점이었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가 프랑스어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의 단어들은 아직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러던 어느  샤또 마고라고 착각한  와인을 만나게 되었다.

작년 연말 뱅가드 와인 머천트의 시즌 오프에서 만난 샤또 망고(Chateau Mangot)’ .  머리가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Mangot’라는 단어를 ‘Margaux’ 이해를 했다. 물론 어마어마한 가격 차이가 있는 와인이지만 정말 짧은 나의 지식으로는 ‘샤또 마고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저렴한 라인업의 와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좋은 와인을 구매했다는 생각에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마고가 아닌 망고라는  알게 되었다.

내가 사 온 와인들이 어떤 와인들인지 찾아보던 중 이 와인이 내가 생각했던 그 와인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어째 가격이 좋더라니.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이 상황이 재미있었고, 이 와이너리 또한 프랑스 생떼밀리옹에 위치한 500년 전통의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래도 좋은 와인을 가져온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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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망고’는 토데치니 가문의 패밀리 와이너리로 1886년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에서 이미 명성을 얻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와이너리라고 한다. 생태학적인 포도재배를 추구하며 화학 비료,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등 인공적인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방식의 자연친화적인 포도 재배를 실천하고 있다. 샤또 망고는 현재 칼과 얀 형제가 운영하고 있으며 칼은 와인 메이커로서, 얀은 와인 사업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와이너리 :  샤또 망고 Chateau Mangot


지역 : 프랑스 생떼밀리옹 Saint-Emillion Grand Cru


품종 :  메를로 80%, 카베르네 프랑 15%, 카베르네 소비뇽 5%


양조/숙성 : 13-15개월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


도수 : 14%


<출처 :뱅가드 와인 머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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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포도의 향이 코르크에서부터 느껴진다.

밀랍으로 단단하게 봉해져 있는 와인을 열었다. 힘겹게 꺼낸 코르크에 코를 대어보니 달콤하고 정말 맛있을 것 같은 포도의 향과 바닐라의 향이 느껴진다. 코르크에서부터 이렇게 강한 향을 느낀 적이 많지는 않았어서 한 모금 마시기도 전부터 기대가 커진다.


프랑스 와인은 정말 복합적이고 우아하다.

평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나 이탈리아의 끼안띠를 주로 마시던 나에게 프랑스 보르도 와인은 항상 어려운 와인이었다. 뭔가 지식이 좀 있어야 지나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와인은 부담이 없다. 진한 포도, 플럼 등의 보라색 베리류의 향이 강하게 나고, 뒤따라 오크와 바닐라의 향이 풍겨 온다. 하지만 무겁거나 세다기보다는 적당히 가벼운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열린다.

와인을 마시면서 느끼는 건 좋은 와인일수록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 와인의 맛이 조금씩 변해가는데 이 와인 또한 그랬다. 검은 베리류, 바닐라, 초코맛이 강하게 나더니 조금씩 여리여리하고 우아한 꽃향기들이 풍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쾌한 나무의 향이 느껴지는데 박하나 민트처럼 발산되는 상쾌함이라기보다는 가슴속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시원함의 느낌이 크다.


 우연한 만남이  좋다.

탄닌과 드라이함이 느껴지는 강한 레드 와인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라서 그런지 이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나에게는 딱 좋다. 나의 어설픈 지식이 만들어낸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만남이 되었다. 뭐든 정해진, 계획된 상황들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가끔 이런 우연한 만남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우연이 준 이 선물 같은 순간들을 더 만나보고 싶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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