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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Jan 19. 2023

선입견은 좋지 않다.

엘 에네미고 샤르도네 2019


오늘 저녁은  먹을까 생각하며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반가운 연락이 온다.


우리 지금 만날까요?”


나의 코로나로, 그녀의 이직으로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우리는 그렇게 함께 퇴근길에 올랐다. 저녁 만남의 장소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집이다. 오래간만에 왔더니 집이 낯설다며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녀는 이내 냉장고 문을 열며 마실 것들을 알아서 찾는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 익숙함과 친근함에 벌써 오늘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기대하며 구매했던  화이트 와인을 꺼낸다.

 에네미고 샤르도네 (El Enemigo Chardonnay 2019). 와인의 품종도  모르던  로버트 파커가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설명에 사 왔던 와인이다. 아르헨티나의 와인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높은 전문가 평점에 비해 적절한 가격대도 한몫했다. 여기저기 후기들을 찾아보니 좋다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혼자 마셔버리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와인은 누군가와 함께 마실   즐겁고,  맛있어진다.


예상치 못했던 향과 맛이 너무 좋다.

나의 무지 때문일 것이다. 샤르도네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샤르도네는 버터리함과 진한 오크향이다. 아마도 미국 와인의 영향일  같은데 어쨌건 나의 기억  샤르도네는 항상 그랬고, 그런 샤르도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향에서 자몽과 시트러스의 느낌이 강하다. ! 오크향과 바닐라향이 나지만 무겁거나 강하지 않고 가벼운 시트러스  뒤에서 달콤하게 살짝 올라온다.  모금 마시니 내가 알던 샤르도네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의 세상이 펼쳐진다.  익은 사과와 배의 맛을 바닐라와 버터리함이 부드럽게 감싸준다. 바삭한 파이지가 씹히는 애플파이 같은 맛이랄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수록 미네랄과 조약돌의 맛도 나고, 약간의 견과류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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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나와 알레한드로

아르헨티나에 처음으로 말벡 품종을 심은 니콜라스 자파타의 막내딸 아드리아나 자파타와 카테나의 수석 와인 메이커 알레한드로 비질이 합작해 만든 브랜드이다. 특히 알레한드로 비질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젊은 명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2007 시작한  브랜드의 ‘ 에네미고 그란 싱글빈야드 괄타라리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주기도  만큼 아르헨티나에서 손꼽히는 와이너리로 서늘하고, 석회질과 돌이 많은 토양의 밭에서 포도를 기른다.



생산자 :  엘 에네미고


지역 : 아르헨티나, 멘도자


품종 :  샤르도네 100%


양조/숙성 : 35%는 새 프렌치 오크에서 40일 양조.  프렌치 오크에서 9달 숙성


도수 : 13.5%


<출처 :엘 에네미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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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선입견에 지레 짐작하지 말자.

와인을 마실수록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와인들이 있을 것이며, 얼마나 다른 맛과 이야기들을 전해 줄까. 세상엔 내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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