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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Feb 14. 2023

재택근무가 사라지자 퇴사가 하고 싶어 진다.

르완다 드립백 커피


얼마 전부터 블라인드가 시끌시끌하다. 블라인드에 많은 글이 올라오지는 않는 편인데 재택근무를 줄인다는 소문에 모두가 들썩이고 있다.  말들이 사실인지, 그래서 정말 며칠로 줄인다는 것인지, 공식적인 이야기인지, 부서별로 다른 것인지 등등 궁금한 것들이 많다.


 소문은 사실이 되었다.

 팀부터 슬금슬금 이야기가 전해지더니 결국 우리 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코로나도 났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이제  4 출근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출근해야 하는 요일도 정해졌다. 월화수목 출근. 금요일을 사수하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나로서는 주 3일에서 주 4일로 하루만 늘어난 것이긴 하지만 이 하루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재택근무인 줄 알고 입사했는데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들이 블라인드에 올라온다.


 출근을 하라는지 알긴 안다.

직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출근을 했을 때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가 있다. 워낙 말로 풀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은 이 회사의 특성상 더 그러하다. 메신저로 연락을 하고, 미팅 시간을 잡거나 전화 통화 시간을 맞추는 대신 회사에 출근을 하면 잠깐 만나서 대화를 하면 끝이다. 서로의 표정과 말투의 뉘앙스를 느끼며 대충 어떤 일인지, 어떠한 상황인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관련된 누군가가 지나가면 또 붙잡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일처리가 빨라지고 무엇보다도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방 파악을 할 수가 있다.


그래도 싫은  싫다.

출퇴근에 한 시간씩을 써야 하고, 무엇 보다도 나의 저녁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회사 업무를 정리하고 집에 오면 8시가 넘고, 저녁을 먹겠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9시가 넘기 일쑤다. 밥 먹고 치우면 10시, 별 다르게 하는 일 없이 드라마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다 보면 이제 잘 시간이 된다. 집안일을 할 기력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에너지도 이미 다 소진되어 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인 9시간을 회사에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하루가 회사 일로 다 소진이 되는 그런 기분이다.


 회사의 가장  장점은 재택근무였다.

평일에 나의 시간을  많이 만들  있도록 해주는 . 그것이  회사가 나에게  가장  장점이었다.  시간들을 통해서 나는 나를 가다듬었고,  주변을 정리하고,  활기찬 기분으로 생활을   있게 해 주었었다. 그런데 이제  시간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이전과 같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써야 한다고 하면 회사가 과연 나에게 얼마나 좋은 선택지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오래간만에 티타임을 함께  그녀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좋아서 이직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고민이 된다고 한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하지만 나의 커리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라는 장점조차도 없어지고 나니 더 이상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다들 그렇게 탈출을 꿈꾸고 있다.


이름 모를  커피는 어떻게 마셨는지 모르겠다.

르완다산 커피라고 했다. 누군가가 마셔보라면서 건네어   커피는 드립백에 담겨 있었다. 드립백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편의성 대신 맛과 향을 잃은 커피라는 인식이 크다.) 조금이라도 기분 전환이 될까 싶어서 내려 보았고, 역시나  만족감을 주지는 않았다.  커피는 즐기기 위한 커피라기보다는 그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쩌다  앞에 놓인   정도의 역할이었다.  커피도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서 키우고, 심혈을 기울여서 로스팅하여 여기까지 왔을 텐데 어쩌다 드립백에 담겨서는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이렇게 밖에 쓰이지 못하게  것인지갑작스레 커피에 과몰입이 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커피에서 나의 모습이 보여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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