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raki Feb 09. 2023

혼자 만의 시간

폴바셋 아이스 라테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  전화 한 통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될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조용히 그리고 누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혼자 회사를 나섰다. 익숙하게 아이스 라테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하나 사들고 가장 사람이 없을 만한 곳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웬걸. 오늘따라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 나의 목소리도 묻혀 은밀하게 통화를 마칠 수도 있을  같다.


내가 기다리던 전화는 헤드헌터의 전화였다.

통화가 가능한 시간을 미리 서로 조율해 두고, 시간에 맞춰 통화를 시작한다. 그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들, 헤드헌터로서의 의견, 나의 생각 등등 그렇게 20여분의 대화를 마친다. 생각보다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나니 또다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 요즘 이렇게 기대와 희망, 절망과 분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내가 피곤할 지경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그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일단 한 번은 만나 보는 게 좋다는 것. 이것이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스쳐가는 일들 중에 하나가 될지는 일단 만나봐야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좀 그래서, 그곳이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회사가 아니라서, 다른 곳을 기대하고 있어서 등등의 핑계로 만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이 끝날뿐이다.


역시 라테는 맛있다.

평소 점심엔 라테를  마시지 않는 편이지만, 폴바셋에서는  한 번씩 고민을 하게 된다. 우유가 좋은 것인지 우유에 어울리는 원두를  고른 것인지  비결은  수가 없지만 이곳의 라테는 맛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아이스를 찾게 된다. 따뜻한 라테보다는 시원한 라테가 오늘의 통화도 더 잘 어울렸다. 계절의 변화처럼 그리고 커피의 변화처럼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와 두려움. 그 사이 어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