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raki Feb 06. 2023

기대와 두려움. 그 사이 어딘가

파나마 에스메랄다


햇빛에서 봄의 기운이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어느 순간 불현듯 새로운 기대와 희망이 스멀스멀 가슴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나아질  있다고, 나도 나의 역할을 해낼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불쑥 찾아오는 이러한 감정에 기분이 좋다가도 곧바로 찾아오는 두려움이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같다고 이야기한다. 너는 또다시 실망하게  것이고, 이렇게  실망하게 된다면 불쑥 찾아오는  작은 기대감 마저 없어지게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기대감을 갖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좋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면 나의 기분은 더 좋아지게 될까?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어렴풋이 그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모든 것을 놓을 수도 없고, 마냥 기대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내가 변하면 상황도 변할 것이다.


그러자 새로운 질문이 눈을 뜬다.

이곳은 과연 나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애초에 나의 역할과 나의 전문성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 곳이었는데 내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한들 과연 좋아할까? 그 변화는 나에게 좋은 것일까?  모르겠다.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처럼 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회사와 나의 관계는 애초에 잘못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떠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르겠지만, 떠난  한들  찝찝하고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어정쩡한 기분은  회사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이   같다.


선물 받은 커피라며 커피 한잔을 내어 준다.

좋은 커피라고 했다. 한 모금 마시니 다양한 꽃내음이 화사하게 펼쳐진다. 화려한 꽃들은 아니지만 소박한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은은한 향기를 내는 느낌이다. 그렇게 꽃향기가 지나가고 나니 레몬 그라스의 향긋한 산미가 느껴진다. 그 조화가 참 좋다. 커피 노트를 살펴보니 게이샤라고 한다. 역시 게이샤는 다르다. 한 모금 마시면 그 화사함이 다른 커피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준다.


—-


원산지 : 파나마


농장 : 라 에스메랄다


재배고도 : 1,800m


품종 : 게이샤


가공 방식 : 워시드


재스민 / 캐모마일 / 복숭아 / 레몬그라스


—-


커피  잔으로 진정될 마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나아진다.

 모금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몇 번을 오락가락 분노의 희망과 기대와 두려움을 오가고 있었지만 불쑥불쑥 치고 올라오는 꽃향기에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래도 잠시나마  복잡한 생각들을 하지 않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뜻하지 않게 받은 이 커피 한잔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말들을 내뱉지 말았어야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