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틴_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끔 회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내 머릿속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들릴 때가 있다. 이제 더 이상 너의 생각과 감정들을 말하지 말라고, 그 이야기들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때마다 움찔움찔하며 이제 그만 말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나의 입은 이성과는 상관없이 더 빠르고 자극적인 말들로 내 속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날이 그랬다.
나의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켜졌지만 나는 멈추지를 못했다. 왜 그랬을 까. 왜 이렇게 회사 이야기들이 나오면 그간 느꼈던 나의 답답함들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잠시 멈춘 대화 사이에 커피 한모금을 마시며 더 이상 이 이야기들은 하지 않겠다 다짐을 한다.
그 와중에 커피가 너무 맛있다.
흥분했던 나의 생각을 잠시 잊게 해 줄 만큼 한 모금 마신 커피가 너무 맛있다. 함께 먹은 샌드위치와의 조화가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은 쓴 맛과 고소함이 이전에 내가 마시던 타르틴의 커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다시 한번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한 모금 마신다. 화려하거나 복합적인 다양한 향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커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좋은 커피의 향에 적절한 산미가 나를 진정시켜 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뱉어 버린 말들은 정말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사실 그런 게 아니라고 변명을 해보아도 이미 나의 생각들은 사실이 되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다. 근래 들어 이렇게까지 내가 한 말들에 후회를 해본 적이 없었다. 이것도 내가 나아지고 있는 증거라면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엔 내 생각을 토해놓고 나면 나의 생각에 동조해 주는 누군가가 내편이 된 듯하여 기뻤고, 내 생각이 맞다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며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들을 정당화했었다.
이젠 그런 모습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더 분명히 든다.
그렇게 토해내는 나의 생각에 잠깐 기분 좋을지는 몰라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다른 방법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우선은 나의 생각을 말하기보단, 다른 이의 생각을 듣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무엇보다도 듣는걸 잘해야 하고, 그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나 보다. 예전부터 알고 있고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 자연스럽게 듣지는 않고 나의 생각만 쏟아내기에 급급했었다. 커피 한 모금에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며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 오늘도 커피 한잔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