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_라테
작년 말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었다. 누가 들어도 놓치면 안 될 제안이었고 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 희망의 시간은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그 제안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그렇게 나도 그 끈을 마음에서 놓았다.
작년 연말에 닥친 코로나와 함께 나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였다. 너무나도 기대하고 바라왔던 것만큼 아쉬움과 씁쓸함이 밀려왔고, 무엇보다도 이런 상황에 처해진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몇 번을 생각하다 그 생각마저 그만두었다.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
그렇게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오늘 읽은 책 구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이 났다.
나는 그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얼마만큼 충실히 나의 실력을 쌓아왔을 까. 지난 시간 동안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며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들을 하며 살았다고 나 자신을 다독일 수도 있겠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위치를 적당히 즐기며 적당히 지내왔다. 나의 야망과 현실은 균형이 맞지 않았다.
카페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좋다.
따뜻한 라테는 고소했고, 함께 곁들여 먹는 밤 찹쌀떡은 라테와 잘 어울렸다. 따스한 오전 햇살 속에서 듣는 음악도 좋았고, 이런 공간이 다시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기분 좋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나의 오만했던 지난 과거의 모습들을 들쳐보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저 보스의 눈에 띄기 위한 노력은 하고 싶지 않다.
나만의 이유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 내가 왜 이 일들에 나의 태도를 다시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인지 나만의 이유와 목적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너무나도 잘 안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게 먼저이다. 그것을 찾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는 나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성장해 왔던 방식이었으니까.